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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하 해비치 페스티벌)을 찾은 주커닝 중국공연예술협회 회장이 한한령으로 얼어붙은 한국과 중국 간의 문화 교류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공연계 관계자가 한한령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커닝 회장은 “만약 한한령이 실제로 내려왔다면 내가 한국을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문화 이외의 상황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순조롭지 못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다 지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공연예술협회는 중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주커닝 회장은 이번 해비치 페스티벌에서 열리는 ‘협업 라운드테이블’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공연예술 단체와의 실질적인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기 마련한 행사다.
주커닝 회장은 “중국 공연계는 극장과 같은 ‘하드웨어’는 빠르게 갖춰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국 공연계는 해외 공연을 빠른 시간에 현지화한 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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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의 대극장은 한국과 달리 대형 뮤지컬이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만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주커닝 회장은 “중국의 문화예술 발전이 더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뮤지컬을 한 달 이상 공연하더라도 보러 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공연 주최사가 ‘해외에서 유명한 공연을 가지고 왔다’는 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간의 문화교류는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주커닝 회장은 “앞으로는 뮤지컬, 연극에서도 협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의 공연 협업 방식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주커닝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공연은 표현방식이나 스토리텔링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중국 관객에 맞게 극본을 다시 쓰는 방법, 또는 처음부터 중국과의 협력으로 극본을 준비해 공연을 만드는 방법 등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연제작사가 중국 측에 공연을 위탁하는 방법, 한국과 중국이 함께 회사를 차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5일 폐막한 해비치 페스티벌은 전국 문예회관과 공연예술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마켓 겸 교류의 장이다. 주커닝 회장은 이번에 해비치 패스티벌을 처음 찾았다. 그는 “아트마켓의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커서 놀랐다”면서도 “큰 규모에 비해 해외 참석자가 적은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