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누구나 멍 때릴 자유가 있다…'길리'에선

인도네시아 롬복 여행 ②
여행자들의 천국 '길리 삼총사'
모터차량, 경찰, 개가 없는 '3無의 섬'
여행객들이 가장 많은 '길리 트라왕안'
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길리 메노'
바닷 속 풍경은 '길리 ...
  • 등록 2017-08-18 오전 12:00:02

    수정 2017-08-18 오전 12:00:02

해질 무렵, 길리 트라왕안의 주홍빛 석양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장관은 그저 바라만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남태평양의 피지, 그리스 산토리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견줄 만큼 황홀하다.


[롬복 길리(인도네시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리’는 여행자 천국이다. 흔히 길리라고 하면 인도네시아 롬복 북서쪽에 나란히 떠 있는 3개의 작은 섬을 말한다.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길리 메노’(Gili Meno), ‘길리 아이르’(Gili Air) 등 3개의 섬을 묶어 ‘길리 삼총사’로 부른다. 롬복 여행의 진짜 주인공이 바로 이 세 섬이다. 모두 아름다운 해변과 산호로 둘러싸여 있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노클링과 산책, 선탠이나 책읽기. 이것이 아니라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기다.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길리는 결코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이 모두를 열어 놓은 채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길리 삼총사’에는 공기를 오염시키는 자동차 대신 조랑말이 끄는 치모도가 주요 운송수단이다. 이 외에도 길리에는 경찰과 개가 없어 ‘3무(無)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길리에 없는 세 가지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길리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길리는 사삭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롬복 지도를 펼쳐보면 작은 섬 대부분은 ‘길리’란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島)나 ‘섬’인 것이다. 보통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를 통칭해 ‘길리’라고 편하게 부른다.

길리는 ‘3무(無)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모터차량과 경찰, 개가 없어서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없는 이유는 공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섬 안에서의 교통편을 마차나 자전거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개가 없는 것은 본디 여기가 ‘고양이’의 섬이라서다.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고양이가 들끓던 섬”이란 것이 현지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없을까.

약 30년 전 그러니깐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하더라도 길리 트라왕안은 ‘백패커의 메카’ ‘파티 섬’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마약도 공공연히 허용됐다. 저렴한 마약 광고가 버젓이 길가에 걸려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마을자치위원회’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마약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위원회가 섬 안의 치안은 물론이고 환경보호와 물가조정까지 담당하면서 섬 내 경찰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개와 경찰이 필요한 유일한 때는 ‘마약 소지 혐의’가 있는 관광객을 조사할 때라고만 한다.

섬 주민의 노력 덕분에 여전히 길리는 원시적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지만 최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소박한 섬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길리에 한번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길리는 ‘환상의 섬’이다.

길리 트라왕안의 주홍빛 석양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장관은 그저 바라만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남태평양의 피지, 그리스 산토리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견줄 만큼 황홀하다.
길리 트라왕안의 주홍빛 석양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장관은 그저 바라만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남태평양의 피지, 그리스 산토리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견줄 만큼 황홀하다.


◇섬 전체가 거대한 휴식처 ‘길리 트라왕안’

길리 트라왕안의 리조트와 호텔 앞 해변은 해가 질 무렵이면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길리 트라왕안은 길리 군도 중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섬이다. 세 섬 중 가장 크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트라왕안’은 인도네시아어로 ‘터널’이란 뜻으로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섬에 긴 터널을 뚫어서 생긴 이름이다. 그래도 길이 3㎞, 넓이 2㎞에 불과한 초미니 섬. 해안 비포장길을 따라 마차나 자전거로 천천히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리조트나 상점, 식당과 카페는 섬의 동쪽 해안에 몰려 있고 나머지 지역에 크고 작은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작고 예쁜 카페와 바, 클럽, 레스토랑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낮에는 리조트에서 쉬거나 해변에서 스노클링이나 선탠을 즐기다가 밤이면 식당이나 카페로 쏟아져 나와 먹고 마시며 즐긴다. 동네 우물가 같은 작은 야시장에는 전통음식인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국수)을 비롯해 이칸 바카르(생선구이), 사테(생선꼬치구이)가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트라왕안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해질녘이다. 황홀한 석양을 볼 수 있어서다. 보통 오후 6시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면 곳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슬금슬금 해변으로 몰려든다. 주홍빛 석양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광경은 그저 바라만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남태평양의 피지, 그리스 산토리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견줄 만큼 로맨틱하다. 이 아름다움에 반해 어떤 이는 연인과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기도 하고 해변 벤치에서 느긋이 하늘을 응시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물 위에 세운 그네에 올라 ‘인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고 황금빛 바닷가를 헤치며 유유히 말을 몰기도 한다.

트라왕안 북쪽에 위치한 레스토랑 윤식당(2호점)도 석양을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다. 트라왕안은 TV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을 촬영했던 곳. 한국 여행자라면 ‘윤식당’에 등장한 맛집을 찾아 한식을 향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다.

길리 아이르 해변에서는 선탠을 즐기는 여행자.


◇‘멍 때리기’는 ‘길리 메노’, 스노클링은 ‘길리 아이르’

길리 아이르 해변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여행자.
길리 메노는 길리 삼총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트라왕안과 아이르 사이에 있다. 섬 가운데에 호수가 있어 세 섬 중 식수공급이 가장 좋다. 개발 역시 가장 더뎌 가장 여유롭고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멍 때리기’에 최적이란 뜻이다. 유럽 여행자들은 ‘로맨스를 찾는 커플’에게 가장 이상적인 섬으로 메노를 추천한다. 실제로 다른 두 섬보다 커플여행자가 많은 편이다. 혼행족이나 동성끼리의 여행이라면 이 섬은 피하는 게 심정적으로 편할 수 있다.

메노는 세 섬 중 해변과 바다 풍경이 가장 뛰어나다. 비싼 카메라가 아니라도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되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래서 메노를 빼놓고 길리를 다녀왔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행지·휴양지 광고에서나 볼법한 풍광이 여기서는 그냥 일상일 뿐이다. 트립어드바이저도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길리 메노를 꼽았을 정도다.

길리 삼총사 중 롬복 본섬과 가장 가까운 길리 아이르는 트라왕안·메노와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이다. 트라왕안보다는 덜 번잡하고, 메노보다는 번화한 거리와 해변이 적당한 유흥과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여기에 세 섬 중 물가가 가장 저렴한 것도 아이르만의 매력이다.

바닷속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도 아이르다. 그래서 스노클링을 한다면 반드시 들려야 한다. 풍성한 산호와 다양한 어종의 열대어들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자꾸 덤빈다.

길리 아이르 해변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커플 여행자.


◇여행메모

△기본정보=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시차는 수도인 자카르타가 2시간, 롬복은 1시간이다. 통용화폐는 루피아와 미국달러. 1만루피아가 900원 정도다. 전기는 한국과 같은 220V다.

△가는길=한국에서 롬복까지 정기 항공편은 없다. 최근 직항 전세기를 운항한 대한항공이 10월에도 전세기를 띄울 예정이다. 보통은 자카르타나 발리, 싱가포르를 경유한다. 인도네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자카르타에서는 2시간, 발리에서는 25분 정도 걸린다. 발리에서는 길리 트라왕안이나 롬복 본 섬까지 페리와 쾌속선을 운항한다.

△잠잘 곳=롬복 본섬에는 승기기 해변을 중심으로 호텔부터 리조트까지 다양한 숙소가 있다. 길리 트라왕안에는 옴박선셋호텔이 대표적이다. 지붕을 길게 늘어뜨린 전통식 오두막과 풀 빌라를 포함한 객실 115개를 갖췄다.

△취재협조=인도네시아관광청 VITO Seoul, 투어벨 1644-2888.

인도네시아 롬복 길리 메노(Gili Meno) 섬 앞 바다에서 관광객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길리 트라왕안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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