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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에피소드에 웃음이 피어났다. 단아한 외모 뒤에 숨겨놓은 재기발랄함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연출 안길호)을 마친 배우 이시원(32)이었다. 이시원은 극중 유진우(현빈 분)의 첫 번째 아내 이수진 역을 맡았다. 캐릭터가 지닌 특유의 불안정함이 매번 긴장감을 자아냈다.
시작은 안길호 PD와 인연이었다. 두 사람은 SBS ‘내 사위의 여자’(2016)로 호흡을 맞췄다. 이시원으로부터 양면적인 면을 발견한 안 PD는 이수진 역을 제안했다. 송재정 작가는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재벌가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그들이 지닌 이중적인 면모와 그 과정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2012년 KBS1 ‘대왕의 꿈’으로 데뷔한 이시원은 어느덧 데뷔 8년차를 맞았다. 드라마 ‘미생’(2014), ‘아름다운 당신’(2015), ‘뷰티풀 마인드’(2016), ‘슈츠’(2018) 등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주목 받은 건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면서다. 서울대 출신 ‘뇌섹녀’(뇌가 섹시한 여성의 줄임말로, 지적인 여성을 의미)란 수식어였다. 전(前) 멘사 회장인 부친, 서울대 공대 출신인 남동생 등 화려한 배경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울대 출신’이란 타이틀에 대해 “연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서서히 희석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한때 ‘서울대 여왕벌’이란 별명도 따라 붙었다. 학부시절 항상 남학생들을 몰고 다녔다는 풍문에서 파생됐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익명 게시판에서 생긴 별명”이라며 “당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누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저에 대한 글을 쓴 것 아닌가. 그땐 너무 미웠다. 그런 일에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그땐 몰랐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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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물론 연기에요. 결과도, 과정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제 갓 출발한 상태에요. 제 롤모델은 영화 ‘미스 슬로운’(2017)의 제시카 차스테인이에요. 여성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이면서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한국의 제시카 차스테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