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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한국 대중음악사의 새 역사를 썼다.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5일(한국시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로 발표했다.
조수미, 황병준 등 국내 클래식이나 국악 관계자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후보 지명은 이번에 처음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에 오른 바 있으나 음악 부문 후보로 오르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미국 3대 음악시상식에서 모두 후보에 오른 기록을 갖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를 제외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는 이미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그래미에서도 상을 받으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트로피를 두고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경쟁하게 된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무대를 펼칠지도 관심사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시상자로 나섰고,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선 릴 나스 엑스와 합동무대를 펼치며 그래미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정식 후보로 그래미에 입성한 방탄소년단이 내년 1월 펼쳐지는 시상식에서 단독 무대를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5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힘든 시기,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주신 건 아미 여러분이다.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에도 “이렇게 큰 영광을 줘서 감사하다”(Thank you @RecordingAcad for this great honor!)고 영어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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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어워드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1974년 시작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1990년에 생긴 빌보드 뮤직 어워즈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팬 투표로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나 빌보드 데이터에 기반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달리 가수·프로듀서·녹음 엔지니어·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정한다. 대중성이나 상업적 성과보다 음악적 성취에 중점을 두는 시상식으로, 때로는 백인 중심적이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후보는 레코딩 아카데미 심사위원(보팅 멤버·Voting member)들의 1차 투표와 후보 심사 위원회(Nominations Review Committees)의 심사 등으로 선정된다. 투표에 참여하는 회원 수만 무려 1만1000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각각 투표 회원과 전문가 회원이 되면서 이들도 투표할 수 있게 됐다. 후보 지명 후에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해당 부문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수상하게 되며 득표수가 같을 경우 공동 수상한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의 보수성을 뚫고 수상까지 할 지도 관심이다. 흑인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는 지난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어 이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