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를 누비며 무수한 생명을 앗아야 하는 전쟁 영웅과 지덕을 갖춰 만인의 인자한 스승으로 숭앙받는 성인. 어찌 보면 둘은 양립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 둘이 합해지면 ‘성웅(聖雄)’이라는 절대존재로 승화한다. 한민족 반만년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게 성웅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이 기폭제가 돼 ‘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이 일본 수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명량’이 개봉 8일 만에 73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서점가에서도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히 ‘이순신 신드롬’이다.▶관련기사 2,3면
올 여름 불어닥친 이순신 신드롬은 우리 시대의 못난 자화상과 비교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의 큰 어른과 리더가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 국민은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믿고 따를 만한 시대의 스승이 없다.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침체일로를 걸은 지 오래다.
이순신 장군은 당시 일본 수군과 크고 작은 해전 20여 차례를 벌여 전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장군이 수립한 세계 해전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23전23승의 무패 기록은 오늘날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경제호’에도 값진 교훈을 시사한다.
충무공이 기적같은 전승을 거두게 된 배경엔 무엇보다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자리한다. 남해 해전에서 밀리면 조선은 곧 일본땅이 된다는 위기의식이 ‘필승(必勝)’ 신화를 낳았다. 위기의식은 일본군과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의 열세에도 조선 수군이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칠 수 있게 만들었다. 강한 정신력은 치밀한 전투 준비를 거쳐 최강의 군 조직으로 거듭나게 했다..
2014년 한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초강대국인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샌드위치에 낀 모양새다. 그럼에도 창조경제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책은 헛바퀴만 돌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발판으로 세계 초일류 도약을 자부하던 국내 간판기업 삼성전자(005930)마저 올 들어 급격한 쇠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또 다른 간판 스타 현대차(005380)는 엔저를 무기 삼은 일본자동차 업계의 부활과 미국 ‘빅3’ 자동차들의 재도약으로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이를 위해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장군은 솔선수범의 전형이었다. 일본 수군과 해전을 벌일 때마다 이 장군이 승선한 대장선은 항상 선두에서 전투를 진두지휘했다. 보스가 말이나 구호를 앞세우지 않고 몸소 실천하면서 조직을 이끌면 부하들은 믿고 뒤따른다. 국민은 ‘행동으로 말하는’ 진정한 리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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