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북한]"가장 두려워 하는 건 체제붕괴"..김태우 통일연구원장

  • 등록 2012-08-09 오전 6:00:00

    수정 2012-08-09 오전 6:00:00

김정은 체제의 개방개혁 딜레마

체제 존속의 필수 요건

체제 위협 요소될 수도

김태우 통일연구원장 사진 권욱 기자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 정부처럼 권좌에서 끌려 내려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권좌에 오른 후 7개월 동안 북한 정세가 요동을 거듭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 내부의 각종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김정은의 최우선 목표가 체제 존속이라는 점은 영구불변이라고 진단했다. 체제 존속 의지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도 있으며, 반대로 변화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진단이다.

24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하며 국민을 아사(餓死)로 몰아넣은 니콜라에 차우세스쿠는 민중 봉기 후 들어선 임시정부로부터 축출돼 총살당했다. 인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결국 차우세스쿠 같은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김정은에게 깊숙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유학 등으로 서구 자본주의를 경험한 김정은에게는 확실히 선대와 다른 경제관념이 있습니다. 남한을 방문하고 발전상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던 장성택 같은 실용주의 인물이 최측근인 점도 주목할 만하죠. 무엇보다 김일성, 김정일 시기를 거치면서 누적된 인민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인민의 먹을거리, 즉 민생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결국 이들이 폭발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6.28 경제개혁조치를 탄생시켰다. 김정일이 2002년 발표한 7.1 조치 이후 10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경제개혁조치로 핵심 내용은 계획 생산물을 국가와 농장원이 7대3으로 분배하고, 초과 생산량을 생산자들이 갖도록 하는 것이다. 협동농장의 분조 단위를 25명에서 4~6명으로 줄여 가족 단위의 농업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서비스 및 무역 분야에서 개인의 자본 투자도 합법화 하는 등 기업 투자완화 방침도 담고 있다. 모든 권한이 김정은에 집중되고 모든 것이 통제되고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김정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개혁 조치가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김정일의 7.1 조치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대외신용도가 없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남한이 마음에 안든다고 금강산의 현대아산 자산을 마음대로 투자 압류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무엇을 믿고 협력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 개혁을 반대하는 내부 정치세력의 반발도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정은은 최근 자신의 개방 정책에 적대적인 군내 1인자 리영호 군 참모총장을 해임하는 등 반발 세력을 차례로 숙청했지만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의 독점적·약탈적 경제구조탓에 북한 주민들은 정부의 개혁 의지를 불신하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도 실패해 사업자들이 힘들게 번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습니까. 또 개혁 정책은 내부의 정치적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김정은이 어느 정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경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김 원장은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체제 존속”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이 잘 먹고 잘살게 되면 주민 참정권 요구하고 언론 자유 요구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수순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자유가 허용되면 독재자가 존재할 자리는 없습니다. 결국 개방개혁 정책으로 촉발된 경제 자유화가 민주화를 낳고 결국 체제 존립을 위협하게 됩니다. 북한이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이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개혁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배층들로 하여금 개방을 해도 신변이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 공간적으로 여유를 주고 통일의 길을 알려줘야 한다”며 “북한 정부가 싫어하더라도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요구할건 요구하되 유연성을 갖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속적인 통합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일이 갑자기 됐든 점진적으로 되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도 대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 군사, 정치, 경제 등 방대한 분야에서 동일한 깊이의 통합 연구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1950년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핵 전문가로 1990년부터 한국국방연구(KIDA) 연구위원으로 근무했으며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연구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 통일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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