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코스닥 맞춤형 지원 필요"

매년 되풀이되는 이전상장에 코스닥 위상 '흔들'
글로벌 세그먼트 출범…해외 기업설명회도 재개
세그먼트 효과 미미…"해외 IR 실효성 높여야"
"불공정 거래 행위에 처벌 기준 강화도 필요"
  • 등록 2023-03-27 오전 5:00:30

    수정 2023-03-27 오전 5:00:3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한국형 나스닥이요? 홍콩, 싱가포르, 유럽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팅을 진행하면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나스닥은커녕 정크등급 기업 보듯 합니다.”

최근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제조기업 A사 기업설명(IR) 담당 임원은 코스닥 상장사 시절 해외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큰 패배감을 느꼈다. 탄탄한 고객사에 영업이익률이 매년 두 자릿수 대를 찍으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해외 기관들은 하나같이 투자에 난색을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라는 이유에서다. 해외 투자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A사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다 코스피 시장으로 이사를 했다.

A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스닥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만연해 있어 평소보다 몇 배 더 노력해 회사 경쟁력을 어필해 봤지만 코스닥 상장사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끝내 지울 수 없었다”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스몰캡(소형주)으로 분류, 해외 기업설명회 참여에 제한을 둔 게 이전 상장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 A사는 이전 상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스닥 시장에서 2~3%에 그치던 외국인 지분율이 코스피로 갈아탄 직후 20%대 가까이 치솟았고, 지금은 10% 내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면서 주가 변동성 걱정도 덜었다. 이 회사는 현재 우량주를 모은 코스피200 지수에 속해 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2포인트(0.39%) 내린 2414.96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92포인트(1.47%) 오른 824.11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6.0원 상승한 1294.3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매년 되풀이되는 이전상장에 코스닥 위상 ‘흔들’


해마다 되풀이되는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의 위상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투자 기반과 상장기업의 위축을 불러 코스닥 시장을 쪼그라들게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한 공시 영문 번역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거래소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 51개사를 대상으로 국문 공시의 영문 번역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재무실적과 지배구조가 우수한 우량기업 51개만 추려낸 지수로 지난해 11월 신설했다. 해외 IR을 비롯해 상장사가 부담해야 하는 연 부과금을 면제하고, 증자·전환사채 등 신주 발행 시 내야 하는 상장 수수료도 없애는 등 코스닥 우량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중단한 ‘코스닥 상장기업 글로벌 IR’ 행사 재개를 위한 물밑 작업에도 나섰다. 글로벌 IR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해외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IR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행사다. 1대 1 미팅과 코스닥시장 소개 등이 이뤄진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3년간 행사를 중단하기 전까지 매년 10여개 이상 기업이 IR 행사에 참여했다.

거래소의 이런 노력에도 상당수 기업들은 지원안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출범 넉 달 만에 NICE평가정보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한 것도 지수 편입 실익이 미미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 후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눈에 띄게 늘지도 않았고, 주가 역시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하다.

“해외 IR 실효성 높여야…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

해외 IR 행사도 기업 규모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는 시장 관리자인 만큼 해외 IR이 필요한 기업 위주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디테일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 시가총액 등 기업 덩치와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다 보니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의도치 않게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소형사 관계자는 “시총 규모가 큰 기업과 함께 나가면 대형사 위주로만 투자자들이 몰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면서 “회사가 작을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 IR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궁극적으로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코스닥 기업의 배임·횡령, 작전세력의 인위적인 주가 부양 등으로 시장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이는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지만, 처벌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불공정 거래행위 색출과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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