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여파에다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맞물리며 펀딩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적잖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구조혁신펀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촉박한 매칭 시기와 세부 조항 준수 등의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보다 유연한 방향으로 추진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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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이르면 오는 5월쯤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운용사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 첫 물꼬를 튼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민간 위주 기업 구조조정 진행을 목표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민간 금융회사들이 함께 조성한 펀드다. 한국성장금융은 기업혁신펀드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1조4900억원을 투입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다.
2021년 3호 펀드 이후 올해 조성되는 4차 펀드부터는 출자자로 참여해온 캠코가 펀드 출자·운용을 전담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는 모펀드를 총 5000억원 규모로 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도 전체 펀드의 30% 가까운 금액을 출자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열기가 뜨거워 지고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해당 펀드 조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5000억 이상 규모로 조성되는 출자 사업이 흔치 않은 데다 최근 자본시장 내 펀딩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출자사업 내용이 확정되면) 거의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시장 분위기를 보면 흥행은 무조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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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이 무르익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선 펀드 출자 과정에서 빚어진 펀드 매칭 기간이나 투자 비율 등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통상적으로 블라인드펀드 매칭에 6개월~1년의 기간을 탄력적으로 부여한다. 그러나 기업구조혁신펀드는 6개월 내 매칭이 안되면 일단 클로징하고 이후 추가 매칭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딜소싱에 어려움을 겪었던 운용사들이 있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충족해야 하는 세부조항도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3차 기업구조혁신펀드 모집 공고를 보면 PEF 부문에서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 60% 이상 투자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의 30% 이상 투자 △중소기업에 약정총액 35% 이상 투자를 충족해야 한다. PDF 부문도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 60% 이상 투자 △순수부채 형태로 약정총액 30% 이상 투자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 30% 이상 투자를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 조성될 펀드에서는 이전보다 탄력성이 더 부여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기업구조혁신을 위한 블라인드펀드라는 목적에 맞는 형태로 큰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칭 기간이나 세부 조항에 변화를 주면서 일반 운용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펀드 조성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