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막더니 이젠 빚투족 보호…정책 혼선 없애고 가계부채 관리 나서야"[만났습니다]①

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한남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 금리 올렸지만 금융당국, 대출금리 인하 압력
한미 금리 역전폭 2%p…"한은, 위험하게 버틴다"
'빚투' 막더니 이제는 빚투한 부동산 보유자 '보호'
코로나 때 푼 재정·통화정책 부작용, 긴축으로 해소
저출산·고령화, '기술혁신'에 장애…잠재성장률↓
  • 등록 2023-08-10 오전 5:00:00

    수정 2023-08-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끝에는 늘 경기침체, 금융위기 등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준이 작년 내내 금리를 올렸음에도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성장하는 상태)라고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성장세가 약한 데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돼 내년 2월 취임하는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충남 대전 한남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나라는 정책 시그널이 컨퓨징(Confusing·혼란)됐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금융당국의 관치로 대출금리는 하락하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빚투’(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을 보호, 부동산 불패 신화만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겸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7일 충남 대전 한남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과의 일문일답.

-금리 인상기 막바지에는 통상 경기침체, 금융위기 등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른 모습이다.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뱅크런이 발생하고, 연준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놀랄만 한 것은 미국 실물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미국 자산시장 흐름은 안정적인데, 조만간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후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지만, 그럼에도 분위기는 괜찮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하지도 않고 재정을 과도하게 풀지도 않았는데도 투자 심리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정책 시그널은 컨퓨징(Confusing·혼란)됐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당연한데, 금융당국이 관치를 통해 대출금리를 못 올리게 했다. 대출금리를 못 올리게 하니 금리 인상 효과가 사라졌다. 은행들이 이득을 많이 본 것은 독과점 때문이 아니라 금리 변동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정상화이고,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역전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슈가 발생하니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부동산 버블이 충분히 정상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심각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 반등과 함께 가계부채도 증가하고 있는데,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가 빚투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까 빚투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리 인상 억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정책 방향성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의 엇박자다.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만 굳건하게 만들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금리도 떨어뜨린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 거냐. 재정·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조율해야 한다.

-정부가 계속 이런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금리를 올리자니 눈치가 보일 텐데,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인데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다. 경제 이론에 트릴레마라는 게 있다. 자본의 완전 이동, 외환 안정성, 통화정책 독립성 등 세 가지 목표를 동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 이동은 자유화됐고 외환과 통화정책 중 선택해야 하는데 외환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지금 금리(3.5%로)로는 어떤 쇼크가 왔을 때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불안하게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2%대까지 떨어졌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안정에서 경제성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우리나라가 물가안정을 위해 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구사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7월 물가상승률은 2.3%로 기준금리보다 낮아 최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했지만, 상반기 물가상승률 3.7%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플러스다) 긴축 정책을 펴긴 했지만, 성장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매우 선제적으로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금리 인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방향성에 동의하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밥 먹듯이 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한계기업 등 문제점이 누적돼 있는데, 긴축 정책을 통해 이런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추경을 하려 해도 재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세수가 줄어들고 있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가부채 증가도 문제지만, 과연 성장에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해왔다. 수출 제조업 국가가 갖는 한계하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IMF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1.4%로 낮췄는데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대내적으로도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올해 ‘상저하고’라지만 하반기 경제가 좋아질 동력도 크게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성장잠재력이 소진돼 장기적 저성장 기조에 있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율의 급격한 감소 영향이다. 이는 노동력 감소만이 아니라 기술진보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의 이유가 저출산·고령화인 건가.

△저출산·고령화가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더 중요한 포인트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젊은 층이 감소함에 따라 기술혁신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유연한 지식보다는 과거 경험 위주의 경화된 지식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는 기술혁신에 장애가 된다. 미래산업을 선도할 인적자원도 미비하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난 15년간 미래를 주도할 혁신 인재를 키우는데 실패했다. 여기에는 소위 반값 등록금이라는 표퓰리즘 정책 영향도 컸다.

-수출 제조업 국가인 우리나라는 세계화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는데, 이제는 지정학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세계화 시대에선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산업정책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고,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보조금을 줘가며 첨단산업을 육성했던 중국이 대성공을 거두자, 중국을 비난하던 미국은 더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등 보호 정책을 펴야 한다.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을 선정해 더 잘 하도록 해나가는 것 외에도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가 너무 높다.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동참을 원할 경우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미국, 중국이 하듯이 우리나라가 대대적인 수출금지, 수입금지 등을 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수출입은 장기 거래 관계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줄이고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 입장을 미국, 중국에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처지의 다른 나라들과 동조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을 제재하면 타격을 입는 경제주체들이 있는데 그들과도 협력해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맺는 프렌드십(Friendship)이 의미가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겸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7일 충남 대전 한남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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