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 하나 덜어드립니다

"소원을 말해봐" 부산 해동용궁사 여행
오래사는 장수계단·아들 낳는 득남불 등
불상따라 골라비는 염원
가장 간절한 한가지는 이뤄지는 절
  • 등록 2013-10-22 오전 7:10:00

    수정 2013-10-22 오전 7:10:00

해동용궁사 초입에 있는 108장수계단. 지극정성으로 오르내리면 108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말이 있다(사진=한초롱 기자).


[이데일리 한초롱 기자] 흔히 사찰하면 산중 깊숙한 곳에 있는 고요한 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파도소리를 벗 삼은 사찰도 있다. 바닷가 기암괴석 위에 세워진 절, 부산의 해동용궁사다. 이곳을 방문할 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간절히 바라는지 생각해 둬야 한다. 용궁사는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절’로 유명하다. 사찰을 오르다 보면 사람들의 염원에 귀를 기울이는 수많은 불상들을 만날 수 있다.

해동용궁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하나로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혜근이 경주 분황사에서 수도할 때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 인심이 흉흉했는데, 하루는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가뭄이나 바람으로 인해 근심하는 일이 없고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시대 하늘을 다스렸던 이 사찰은 현대에 와서는 사람들의 마음속 근심을 다스리고 있다.

▲늠름한 십이지신상…삼재라고 체념은 금물

입구에는 십이지신상이 줄지어 서서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마치 사찰을 지키라는 사명이라도 받은 듯 늠름한 갑옷 차림에 용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물상. 그런데 이중 돼지띠와 토끼띠, 양띠의 동물상에는 다른 상과 차이점이 있다. 바로 발치에 새겨진 삼재라는 글씨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상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가운데 이 세 동물상 앞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안색이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십이지신상 위에 적힌 글귀가 이들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아준다. ‘자신을 반성하고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면 재앙은 멀어지고 복은 가까워진다.’ 돼지띠·토끼띠·양띠 사람들은 이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재앙과 복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실은 나도 삼재에 해당하는 돼지띠다. 어쩐지 올해 운수가 사납더라니.

▲108장수계단…진시황의 꿈에 다가가다

용궁사 초입에는 108장수계단이 있다. 108번뇌를 참회와 정진으로 승화시키는 108배에서 기인했다. 한 계단씩 걸어내려갈 때마다 번뇌가 소멸되고 정각을 이룬다는 깊은 뜻이 있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그냥 계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단다. 번뇌를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108배를 하듯이 경건하게 걸음을 옮기라고 한다. 웃고 떠들며 걷던 일행들이 순간 숙연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번뇌를 내려놓고 삼재도 내려놓고 근심도 내려놓는다. 마지막 한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어쩐지 가볍다.

108장수계단에는 한 가지 효험이 더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무병장수의 힘이다. 지극정성으로 계단을 한 번 왔다갔다 하면 108세까지 산다고 한다. 진시황은 신하들을 세계 각지에 보내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생고생을 시켰다는데, 단순히 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그 꿈이 절반은 이뤄지는 셈이다. 불로불사야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불가능하다 치고, 무병장수라도 이루면 그걸로 큰 복이 아닌가. 아무쪼록 이 108계단을 걷는 모든 분들, 오래 사시면서 좋은 것 예쁜 것 많이 보고 듣고 즐기시길.

귀여운 동자생들이 책을 읽는 모양새의 ‘학업성취불’은 매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의 방문이 잦다(사진=한초롱 기자).


▲불상 퍼레이드 “골라 비는 소원”

용궁사를 오르다 보면 여러 불상과 탑을 만날 수 있다. 아들을 소망하는 득남불, 몸 아픈 이들이 병을 놓고 가는 약사여래불, 수험생들을 위한 학업성취불….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자식들이 시험을 잘 보길 기원하는 어머니들이 이 절을 찾아 학업성취불에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귀여운 동자승의 모습을 한 이 불상은 이 땅의 수험생들처럼 ‘열공’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득남불의 불뚝 튀어나온 배는 아들을 낳게 해준다 하여 유독 사람들의 손때를 많이 탄다. 배 말고도 까맣게 반질거리는 부위가 있다. 바로 코다.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 하니 미혼인 사람들도 그냥 지나칠 게 아니다. 단 만질 때 실수로라도 배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시라.

용궁사에서는 한국에서 하나뿐인 탑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교통안전기원탑’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때 시대의 아픔을 함께한 이 탑은 내 가족 내 생명이 소중하듯 남도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이른다. 또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 위에는 지장보살이 있다. 지옥 중생을 모두 구제하고 성불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지금도 지옥에 계신다는 보살은 바닷가 방생터에 모셔져 있다.

홍룡교 다리를 지나다 보면 한 가지 이벤트가 있다. 다리 중간 즈음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래로 시선을 깔면 소원성취연못이 보인다. 동전을 던져 그것이 복(福)거북이나 연꽃 소녀상의 그릇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일명 행운의 동전 점이란다. 한번 도전해 봤는데 이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운동신경도 없고 구기종목에도 취약하니 동전이 저 조그만 그릇에 들어가려면 천운이 따라야 할 일이다. 몇 번 실패하고 아쉬움만 남긴 채 다리를 벗어난다. ‘못 넣는다고 소원이 꼭 안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한편으론 이런 싱거운 생각도 든다. 농구선수나 핸드볼선수가 온다면 잘 던지지 않으려나.

용궁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올라갈 때 미처 못 보았던 표지석이 눈에 띈다.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용궁사.’ 용궁사에서 마주하는 불상들에게 너무 많은 염원을 빈 것 같기도 하다. 바라는 것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많지만 마지막 나오는 길엔 염원을 하나로 줄인다. 혹여 소원이 분산돼 아무것도 못 이룰세라.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주고 코를 만지면 행운을 준다는 ‘득남불’(사진=한초롱 기자).


▲여행메모

▶가는길

코레일에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를 맞이해 테마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침대 객차를 이용하면 휴식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청량리역에서 밤시간에 출발해 한숨 푹 자고 나면 부산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야경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다만 야경에 푹 빠져 있다 잠들 때를 놓치면 다음날 여행이 다소 피곤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

KTX 부산역 하차→1001, 1003, 40번 버스 →송정해수욕장 역에서 181번 버스 환승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테마관광열차의 침대객차(사진=한초롱 기자).


▶부·울·경 볼거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동백섬의 절경 속에 요새처럼 자리하고 있다. 실제 apec 정상회담이 이뤄진 곳으로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대교의 뛰어난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회의 장소를 둘러보고. 20개국 정상이 섰던 장소에 서서 기념촬영도 해볼 수 있다. 051-744-3140.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광장’

국제영화제의 태동지인 BIFF 광장에는 유명 영화 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영화포스터, 야외상설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biff광장 여는 마당)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자신이 이름을 아는 명배우의 핸드프린팅을 찾아 자신의 손과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국내 유일의 국립 해양박물관으로 해양문화와 역사,해양과학과 해양산업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8개의 상설전시관과 1개의 기획전시관,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야외공연장, 친수체험공간, 4d 영상관을 갖췄다. 051-309-1900.

▲부산과 인접한 도시 ‘울산 남구 장생포’

울산은 고래관광도시로 유명하다.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 해양생태계 및 교육연구 채험공간을 재공하고 있다. 옆에는 고래바다 여행선이 있어 고래 이동 동선을 따라 바닷속의 돌고래를 실제 볼 수 있다. 남구청 고래관광과 052-226-3401~3.

▲울산시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

마을 전체가 옹기로 이루어져 있다. 외고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질 좋은 백토가 생산되는 장소로 유명하다. 옹기를 만드는 공방 및 옹기 가마 등 재래식 옹기 제작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옹기를 제작해 볼 수도 있다. 울산옹기박물관 052-237-7894.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불보(佛寶)사찰이라고도 한다.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이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라 했다는 설이 있다. 매월 초하루와 초파일, 개산대제 등 특별한 날에는 사리탑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기도를 하는 예불행위인 탑돌이를 할 수 있다. 통도사 종무사 055-38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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