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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은 진행형일 뿐이다.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한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은 여전히 목마른 수준이다. 700만은 만족의 숫자가 아니라 더 큰 도약을 기약해야 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에는 유독 새롭게 유입된 관중들이 많았다. 각 구단별로는 약 20% 정도의 팬들이 올시즌 처음으로 야구장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야구팬이 됐다는 이들도 매우 많다. 이런 신규 팬들을 고정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표인 1000만 관중시대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올해 처음 야구를 접한 팬 중에는 기자가 사는 동네 단골 미용실 원장님(40대 남성)도 있다. MBC 청룡시절 김재박의 유니폼을 요즘 감각에 맞게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막 여름에 접어들던 시절, 불쑥 야구 이야기를 꺼냈다. “야구는 하나도 모르는데 주위에서 하도 난리여서 한번 가 봤다. 야구를 몰라도 야구장에 가면 미친다고 하길래 마음이 움직였다. 실제로 맥주도 한잔 하고 맘껏 소리도 지르니 재미는 있더라.”
기자의 또 다른 지인은 올해 처음 올스타전을 구경하고 왔다. 그의 소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너무 더웠다. 다음엔 그저 TV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시즌 여름철 관중이 크게 격감한 이유엔 분명 우리 야구장엔 전무한 무더위 대책도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의 상승세에 그저 취해있다간 언제든 다시 예전의 암울한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이 매섭게 느껴졌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0년 중반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인기 팀간 경기는 티켓을 구하기 위해 경쟁이 거의 전쟁 수준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몇년새 급격하게 식고 말았다.
야구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이 느낀 불편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아무리 야구가 생활로 자리매김했다 해도 불편함은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기의 질도 마찬가지다. 관중 증가의 적지 않은 부분은 야구장의 놀이터화다. 이들 중 다수는 야구를 잘 알지 못한다. 결국 고정 고객을 만들기 위해선 보다 수준 높은 야구가 필요하다. 술 마시고 노래하지 않아도 즐거운 곳임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그 길은 정말 야구를 잘 하는 수 밖에 없다. 선수들 역시 더욱 절실하게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용실 원장님이 샴푸 후 머리를 말려주며 해준 이야기가 아직 깊이 가슴에 남아 있다. “야구는 올림픽 종목도 아니라고 하데. 그럼 스포츠로서는 별로라는 얘기 아냐? 가서 재밌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잘하는 거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