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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시장에서 서울과의 ‘직주근접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파트 가치가 높게 평가됐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과 가까운 1기 신도시보다 멀리 떨어진 2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는 입주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 주택의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데다 2기 신도시의 약점으로 꼽혔던 서울과 접근성이 도시철도 등 광역 교통망의 발달로 개선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224만원으로, 1년 전(1168만원)보다 4.8% 올랐다. 반면 1기 신도시의 3.3㎡당 매매가격(1214만원)은 1년 전(1175만원)에 비해 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3.3㎡당 평균 아파트값이 2기 신도시(1168만원)보다 1기 신도시(1175만원)가 더 비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1980년대 말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된 1기 신도시는 그동안 2기 신도시와 비교해 높은 시세를 형성해왔다” 며 “서울 강남권과 접근성이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기 신도시 자체의 자족성도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 광교신도시의 광교테크노밸리 내 벤처기업과 동탄2신도시의 삼성전자 나노시티·LG전자 등이 배후 수요로 작용하고 있다. 낮에 서울에서 일하고 밤에 자러 오는 베드타운 성격이 강했던 1기 신도시가 실질적인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서울과 거리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2기 신도시는 자족성을 갖춰 경제 활동부터 여가·거주까지 신도시 안에서 해결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집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광교신도시 아파트값은 일년 새 3.16% 올랐다. 신분당선 연장선 인근에 있는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형은 실거래가격이 6억 5250만원으로 한 달 새 2250만원이 올랐다. 수원시 이의동 S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라는 메리트에다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호재까지 겹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1기 신도시 대표주자인 일산과 분당 아파트 매매시장은 잠잠한 편이다.2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78% 올랐으나 일산은 0.9% 상승하는데 그쳤다. 분당 아파트값도 1.3% 올라 1년 전(1.73%)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 “1기 신도시는 조성된 지 25년이 넘어 사실상 ‘신도시’의 매력이 사라진데다 집값을 견인할만한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다”며 “리모델링 등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기 신도시와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