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금 1.7兆 '썰물'…자본유출 안심 못한다(종합)

최근 원화 절하 폭, 전세계서 가장 높아
내외금리 역전 와중에 원화 급락세 겹쳐
최근 7거래일간 외국인 1.7兆 주식 팔아
대만·태국 등 견실한 신흥국도 유출 압력
"신흥국 전반 자본유출 우려 번질 수도"
무역전쟁, 韓 펀더멘털 악영향 가능성도
  • 등록 2018-06-22 오전 4:30:36

    수정 2018-06-22 오전 4:30:36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무역정책의 전환은 경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전세계 주요국 사이의 무역전쟁과 관련해)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미국과 중국간 관세전쟁이 가속화할 경우 심히 우려됩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지난 2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은 ‘무역전쟁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주요 2개국(G2)의 무역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주요국을 대표하는 ‘경제 대통령’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나선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韓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다. 미국의 가파른 긴축에 금융위기설까지 번지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무역전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그 불똥이 신흥국들에게 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데일리가 이번달 미국 달러화 대비 각국 통화의 가치 변동을 분석한 결과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원화 가치는 이번달 1~21일 3.40% 하락했다. 무역전쟁 탓에 불안감이 커진 시장 참가자들이 원화보다 ‘더 안전한’ 달러화를 사려고 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075.2원에서 7거래일 만에 1110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12.8원에 마감했다.

원화의 절하 폭은 아르헨티아 페소화(-9.98%), 터키 리라화(-4.57%)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대외 충격에 얼마나 빠르게 휘둘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세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글로벌 경기와 탈동조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신흥국 전반으로 자금 유출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의 하락은 자본 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이슈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은 △금리 차이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차이 등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다. 기준금리(연 1.50%)는 미국과 0.5%포인트 차이가 나며, 장기시장금리(국채 10년물 기준)도 0.3%포인트 이상 낮다.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는 압력이 크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실제 원화가 급락했던 지난 12일부터 7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7018억원가량 팔았다. 정책당국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내외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자본 유출 우려가 작았던 건 원화가 강세를 띠었기 때문”이라며 “통화가치마저 약세로 돌아서면 마냥 안심할 수 없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와 외에 비교적 견실한 신흥국에서도 자본이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태국 등 기초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아시아 국가들로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이 확산 추세에 있다. 특히 태국의 경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도 불구하고 채권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당분간 신흥국의 자본 유출과 증시 변동의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있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궤를 같이 하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韓 투자 인센티브 점차 줄어”


무역전쟁은 국내 펀더멘털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다”며 “경기 회복에는 수출이 중요한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퍼지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수출이 큰 폭 늘었기 때문이다. 원화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지탱했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민간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에 못 미치는 2% 후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둔화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이 식고 있다는 모습”이라며 “외국인이 자금을 우리나라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달러 환율(1112.8원)이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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