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용린 교육감 "학생인권·교권 보다 교육이 우선"

"행복교육을 교육계 화두로..가장 큰 성과"
"미래형 교육..정보를 취합하고 새로운 의미 창조하는 방법 가르쳐야"
"학생 인권 존중하지만 교사 생활지도권 중요..비겁한 교사 만들어선 안돼"
  • 등록 2014-02-03 오전 7:00:00

    수정 2014-02-03 오전 7:00:00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학생 인권이 먼저냐 교권이 문제냐의 문제가 아닌 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서울시교육감이 책임지는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생 수는 121만여명에 달한다. 연간 투입되는 예산만 7조5000억원 선.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결정이 다른 지역 교육청의 ‘나침반’ 역할을 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감의 위상은 남다르다. 120만명이 넘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다.

문 교육감은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제40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교육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교육계의 대표적인 원로다. 2012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당선된 이후 1년여간 서울시 교육을 이끌고 있다.

“학생 인권 존중하지만 생활지도도 교육”

서울시 교육을 둘러싼 진보-보수간 갈등은 문 교육감도 비켜가지 못한 난제다. 취임 이래 문 교육감은 ‘혁신 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에 ‘부동의’를 선언하고, 시의회에 재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가 혁신 학교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시의회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혁신 학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임자 흔적 지우기’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다른 지역 혁신학교 예산을 조사해보니 평균 6000만원 정도였어요. 그동안 너무 많이 지원해 왔던 거죠. 학교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봐요.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다른 학교와 공평하게 맞춘 겁니다.”

문 교육감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개정 작업 또한 논란거리다. 문 교육감은 곽 전 교육감이 제정을 주도한 학생인권조례 중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학생 동의 없이 복장과 두발을 규제하거나 소지품 검사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을 학칙으로 정하면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문 교육감은 학생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교사의 생활지도권 또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거나 흉기를 가진 학생이 있는데 교사가 소지품 검사조차 못한다면 어떻게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많은 현명한 교사가 학생지도를 외면하는 비겁한 교사가 돼버렸어요. 이래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는 ‘학생의 인권과 교권 중에 어느 것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교육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게 문 교육감의 생각이다.

“만일 교사들이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다면 그건 교사 자질의 문제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학생이 잘못하고 있다면 가방을 뒤져서라도 지도하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자 교육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암기식 교육 무의미… 스마트 교육 고민해야”

문 교육감은 지난 1년 임기 동안 ‘행복 교육’이라는 화두를 교육현장에 정착시킨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말만 했지만, 지금은 행복 교육이라는 말이 보편화됐어요. 학교 현장의 화두를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언어로 바꿔 놨다고 봅니다.”

그가 그리는 미래 교육은 ‘스마트’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단순 암기를 넘어 적합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합해 또 다른 지식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수능 시험장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정답을 맞출 겁니다. 더이상 암기로 쌓은 지식은 의미가 없어요.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취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미래의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이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죠. 이게 바로 창조 교육, 창조 경제일 것입니다.”

“당장 수능 시험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교육의 방식이 바뀔 겁니다. 당장은 불가능하니 실험 학교를 만들어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외워서 보는 시험에 익숙한 교사들부터 수업법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충격이 크겠지만 대한민국이 살 길은 이같은 교육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 드는 선거론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 공영제 도입해야”

교육계에선 그의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로 본다. 보수진영에선 문 교육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는 최근 ‘행복 교육’이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차기 교육감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교육감은 지금처럼 교육감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면 교육이 정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돈 안드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보수진영에서 제기한 간선제나,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 방식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교육감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현행 직선제는 유지하면서 선거공영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드는 선거가 되면 결국 교육이 정치와 유착될 수밖에 없어요.”

문 교육감이 제안한 선거공영제는 포스터 및 유세차량 등의 경비를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지불하거나 비용을 아예 명시해 정해주는 방식이다. 후보가 우선 지출하고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돌려받는 현행 선거 방식으론 후보자가 당선 후에도 빚더미에 올라앉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문 교육감은 “48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되는 서울시 전 영역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만큼 교육감 선거엔 만만찮은 비용이 듭니다. 선관위가 비용을 정해줘야 해요. 당선될 경우 보전해주는 기준이 없으면 교육감 개인은 다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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