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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나게 오르는 '물가'..더 오를 일만 남았다

<서민경제 덮친 물가>
해상 운임 대표하는 BDI 한해 동안 5배 넘게 상승
수입에 의존하는 식음료 기업 조달비용 상승 불가피
실제로 대부분 공산품 오르고..상승폭 10% 넘어 현기증
운임 상승 여파로 내년 가격상승은 "정해진 수순"
  • 등록 2021-10-25 오전 5:30:00

    수정 2021-10-25 오전 5:30:00

[이데일리 전재욱 김범준 윤정훈 기자] “돼지고기, 소고기,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뿐 아니라 식용류, 밀가루, 설탕, 햄 같은 생활 필수식까지 안 오른게 없다보니 장보기가 겁납니다.”

2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장모씨는 최근 물가급등에 손사레를 쳤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따라 치솟는 해상 운임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필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밥상물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꼬인 바닷길을 풀기 전까지는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치솟는 물가상승..“현기증 날 정도”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물류대란과 함께 산지 인건비 상승 여파 등으로 식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 해상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는 이달 7일 5650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연저점(1111포인트) 대비 5배 넘게(408%) 올랐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기저에는 이런 비용 상승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지난 4월 이후 9월까지 반년 동안 2%를 웃돌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가격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가장 많이 오른 10개 품목들 가운데 9개가 공산품이었다. 개중에 식용유와 햄, 음료 등 수입 원재료를 바탕으로 제조하는 제품이 6개로 대부분이었다.

가격 상승 폭도 심상찮다. 햄과 식용류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1% 넘게 올랐다. 식품가격은 실생활과 민접하게 연관돼 있어서 10% 넘게 오른 걸 두고 “현기증날 정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2분기와 비교하더라도 케첩과 라면, 참기름이 많게는 4% 대에서 올랐다.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하면 이렇게 오른 식품 가격이 진정하기 어렵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45.8%·2019년 기준)을 고려하면 이같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식음료 업계가 받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맥도날드와 교촌치킨이 감자튀김류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감자를 제때 떼어오지 못한 탓에 벌어진 일인데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기업이 물류 차질 변수에 불가항력적인 위치라는 걸 보여준다. 이마트 역시 수입 과일은 남미와 호주 쪽에서 오는 배편이 부족한데다 상품이 들어오는 부산항도 혼잡해 상품 입고 일정의 변동이 심한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오는 식품사 관계자는 “대응해서 풀 문제가 아니라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구매 조직 직원들 사기가 저하돼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앞으로가 더 걱정..“인상 불가피”

비용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수급 자체가 끊기는 상황을 피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안간힘에 가깝다. 일부 식품사는 최근 들어 일부 품목은 항공 운송을 통해 조달받고 있다고 한다. 해상 운송으로 들여오던 품목이었으나 배송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루트를 바꿨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항공이 해운보다 대여섯배 비싼 운송료가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식품은 신뢰가 제일이라서 생산 차질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는 순간 시장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곡물 원자재를 조달하는 현지 업체를 전보다 늘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기존 업체에서 탈이 날 우려 때문에 수급선을 다변화한 것이다. 식품사 관계자는 “거래처가 늘면 비용이 들고 가격 협상력이 약해져 마냥 좋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 육류 수입업체는 물류 대란으로 얼마전 유통기한이 55일인 냉장 수입 돼지고기를 54일 만에 받는 일도 겪었다. 돼지고기를 실은 컨테이너선이 LA항구 선석에 오래걸렸기 때문이다. 하루만 늦어졌다면 수억원 규모의 돼지고기를 전부 폐기했어야 하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롱비치 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AFP)
이같은 물류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대형마트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수급 안정을 위해 기존 미국과 캐나다산외에 멕시코와 칠레 등으로 축산 수입의 산지를 다변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축산의 경우 과일과 달리 고정 거래처와 관계때문에 수입지를 바꾸는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수입산 육류 확보를 위해 글로벌 협력사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물류대란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협력사와 안정적인 육류 물량 확보를 위해 공급 루트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추석을 대비해 육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당장 문제는 업다는 입장이다.

앞서 물류대란 영향에 항공을 이용해 캐나다 냉동삼겹살을 수송했던 이마트는 미리미리 재고를 확보해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마트는 해외 공급보다 국산 비중이 큰 만큼 국내 협력사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원부자재 재고 물량을 증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통상 식음료 기업은 재료마다 길게는 수 개월치 재고를 쌓는데 수급이 불안해지니 이 양을 늘릴지 고민인 것이다. 이런 방안을 고민하는 식품사의 관계자는 “재고를 보관하려면 장소가 필요하고 관리 비용이 들어서 되도록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게 이득”이라며 “재료가 오래 묵으면 품질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해상 운임 인상은 이렇듯 여러 부대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결국 시차를 두고 공산 식료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식음료 업계 공통 의견이다. 국내 수위권의 식품사 관계자는 “이대로면 제품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업계 최고 수준 구매력이 되는 우리도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여력이 달리는 다른 기업은 가격 인상 타이밍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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