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보장 69시간’ 또는 ‘휴식 없이 64시간’…노동계 반발에 첩첩산중

고용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확정
주52시간제 유연화…‘휴식 보장 69시간 또는 휴식 없이 64시간’
‘공짜 야근’ 포괄임금 대책 마련…장기휴가로 근로시간 감축
여소야대 국회 문턱 난관 전망…노동계 “시대착오적” 강력 반발
  • 등록 2023-03-07 오전 5:00:00

    수정 2023-03-07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의 핵심은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거나,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주 최대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공짜 야근을 막기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대책과 원할 때 쉴 수 있게 휴가 활성화 대책도 동반 추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입법 개정 사안이 많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안에 대해 “시대착오적 초장시간 압축노동 조장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주52시간제 유연화…‘휴식 보장 주69시간 또는 주64시간’

주52시간제는 1주일 기준으로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다. 고용부는 주 52시간제의 유연화 방식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다양화를 제시했다. 현재 1주 기준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주’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변경하면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관리 단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 관리 단위가 바뀌면 연장근로 자체는 사용자와 근로자 개인의 합의로 할 수 있다. 또 분기, 반기, 연 단위 등 연장근로를 장기간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선택하면 근로시간의 총량도 줄어든다. 분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90%, 반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80%, 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70%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장기간으로 바뀌어도 일주일에 무제한으로 근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용부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권’을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5시간으로 제한된다. 이는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또 법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쉬도록 보장했기 때문에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이 된다.

이 같은 내용은 작년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내놓은 권고문과 동일하다. 고용부는 여기에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받지 않고, 하루 최대 근로시간인 11.5시간을 넘기는 방안을 추가했다. 다만 이 경우 1주 최대 근로시간이 64시간으로 줄어든다. 64시간은 3개월 이내 및 3∼6개월 탄력근로제의 1주 상한이다.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도 지켜야 한다.

고용부는 이달 안으로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등 ‘공짜 야근’ 대책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약 39일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실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고용부는 휴가 활성화를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해법으로 내놨다. 이를 통해 안식월·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도록 하고, 자녀 등·하원, 병원 진료 시 시간 단위 휴가, 징검다리 연휴 단체 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국회 문턱 난관 예상…노동계 “시대착오적 초장시간 압축노동”

이날 발표된 정부의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안은 대부분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입법예고 기간 40일 동안 노사의 의견은 내용별로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국회와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지만, 노동계는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개편방안에서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던 ‘11시간 연속휴식 부여’조차 포기했다”며 “죽기 직전까지 일 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과로 산재는 인정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제시한 것과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은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휴일을 늘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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