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부조리 꼬집은 봉준호, 삶 위로한 BTS...그 자체로 장르 되다

스토리텔링의 세가지 원천..메시지·스타일·재미
봉 "불편한 세상 직시"...BTS "너 자신을 사랑하라"
섬세한 연출 봉테일...언어의 힘 믿는 BTS
봉 위트 있는 삑사리...BTS 초심 간직한 열정
  • 등록 2019-05-28 오전 1:00:00

    수정 2019-05-28 오전 8:50:05

그룹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를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시작해 11일부터 12일까지 시카고 솔저필드, 18일부터 19일까지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까지 총 3개 도시 6회 공연으로 32만 관객을 모았다고 20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제6회 이데일리문화대상 대상 수상 소감으로 백범 김구가 남긴 구절을 인용했다. 무기나 돈이 아닌 문화의 힘을 높이 산 백범 김구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는 의미였다.

야구·축구·K팝·영화 등 요즘 선전하는 한국 문화의 힘이다. 그 중심에 류현진·손흥민·방탄소년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합류했다.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한국 감독 최초로 수상한 후 ‘한류 4대 천왕’이라는 축하의 말이 이어졌다.

◇ MESSAGE - 명확한 주제 의식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은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데 있다. 그 스토리텔링은 메시지·스타일·재미로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너를 사랑하라’는 뜻의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내면서 스토리텔링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은 팬클럽 아미를 넘어서 전 세계의 음악 팬에게도 현실을 이겨내는 힘, 그 과정에서 찾는 행복을 설파했다. 봉 감독은 열두살 소년 시절 영화감독의 꿈을 꿨고 김기영 감독을 존경하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이 됐다. 첫 장편 데뷔작인 ‘플란더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 ‘마더’ 등을 통해 기존 장르의 클리셰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옥자’에서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꼬집었고 ‘기생충’에서 빈부격차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속내를 다뤘다. 지극히 한국적 메시지 같지만 오히려 전세계 영화팬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황금종려상을 받는 원동력이 됐다.

◇ STYLE - 자신만의 개성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해 올해 7년차다. 기존 K팝 그룹이 정상에 올랐다 인기에 취하는 전철을 반복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연작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를 시작하면서 팬들에게 ‘스피크 유어셀프’를 외쳤다. RM은 “멜로디 바이브를 즐기는 스트리밍 시대에 역행하고 싶었다”면서 “가사가 주는 아름다운 언어와 청각적 질감을 아미에게 바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은 그의 연출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출세작이자 한국 영화의 이정표가 된 ‘살인의 추억’은 무려 17번 고쳐쓴 시나리오다. “‘천재’라는 말이 너무 여기저기 남용되는 것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봉준호 감독은 진짜 천재인 것 같다”고 김혜자는 평했다. 봉 감독의 지인들은 그를 태어난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강박형’ 천재라고 한다. 사소한 설정에 강하다는 ‘봉테일’(봉준호와 영어 ‘detail’의 합성어)도 그의 완벽한 준비자세에서 나왔다. 봉 감독은 27일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으로 감독 본인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문장 한 줄이 기뻤다”고 표현했다.

◇ FUN - 팍팍한 세상, 웃음을 주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초 미국 LA 로즈볼스타디움 공연에서 쉴 새없이 뛰고 노래 부르는 모습 자체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무대 말미 “어디 출신이든, 무슨 언어든, 어떤 나이든 함께 있는 우리 모두는 하나다”면서 “우린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같은 언어로 말한다”고 외쳤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열정을 지속하고, 함께 나누는 게 방탄소년단의 매력 중 하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팬들의 보편적 고민을 트렌디한 스타일로 풀어낸 재미가 방탄소년단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의외의 대사와 설정을 찾는 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만의 영화적 재미를 프랑스 유명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L’art du Piksari’(삑사리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논두렁에서 미끄러지거나 ‘괴물’에서 괴물에게 화염병을 던지다 놓치는 어이없는 ‘장면의 삑사리’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의 삑사리’가 그 예다. 정민아 성결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원)는 “봉준호 감독은 메시지·스타일·재미가 철학적 하모니를 이뤄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고 증명했다”고 말했다.

◇ 그리고, 다시 문화의 힘

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1일과 2일 이틀 동안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갖는다. ‘비틀스의 나라’ 영국은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9만명 수용 가능한 웸블리 공연 티켓 이틀치는 이미 매진됐다. 봉 감독은 27일 오후 2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폐막식 파티 때 심사위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 영화 100주년 소식을 전하니 기뻐하더라”라며 “이번 수상은 칸이 한국 영화 100주년에 준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90년전인 1929년 백범 김구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은 저마다 메시지·스타일·재미를 무기로 우리 자신을 넘어서 전 세계에 행복을 줄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다.

칸의 남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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