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주말여행]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전남 고흥 연홍미술관
  • 등록 2020-06-28 오전 6:00:00

    수정 2020-06-28 오전 6:00:00

연홍도 선착장과 연홍아 놀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고흥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긴다. 주민의 삶이 녹아든 울긋불긋한 지붕은 푸른 바다와 맞닿는다. ‘섬 속의 섬’ ‘예술의 섬’ ‘지붕 없는 미술관’… 다도해의 외딴섬 연홍도에는 살가운 수식어가 갯바람과 함께 머문다. 섬에 예술의 싹을 틔운 연홍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2006년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전신인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는 1998년에 폐교됐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연홍미술관 앞마당과 정크아트


◇섬 속의 섬 연홍도

해안 길이가 약 4km인 연홍도는 말의 형상과 비슷해 예전에 마도(馬島)로도 불렸다. 김 양식으로 섬이 번성하던 시절에는 800여 명이 거주했고, 학생도 100명이 넘었다. 현재 연홍도에는 50여 가구 80여 명이 산다. 미술관이 개관했을 때, 연홍도는 섬 속의 섬이었다. 고흥 녹동항에서 거금도를 거쳐 두 차례 배편을 이용해야 섬에 닿았다.

2009년 녹동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하고, 2011년 소록도와 거금도가 거금대교로 이어지면서 연홍도 가는 길이 한결 편해졌다. 최근에는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연홍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바다 건너 파랗고 붉게 칠한 마을 지붕이 선명한 연홍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연홍아 놀자


섬에 도착하는 순간, 예술의 섬 분위기가 풋풋하게 전해진다. 선착장에서 대형 뿔소라 조각과 붉은색 철근 조형물이 이방인을 반긴다. 굴렁쇠를 굴리고 강아지가 뛰어노는 구조물 ‘연홍아 놀자’는 연홍도 사진에 단골로 등장한다. 전시물은 미술관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그림과 조형물 60여 점이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연홍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고,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홍미술관 내부


◇섬마을 사람 역사 담긴 ‘연홍사진박물관’

선착장과 맞닿은 담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담은 ‘연홍사진박물관’이 있다. 졸업이나 여행, 결혼식 등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타일 200여 개가 벽을 채운다. 거금도 출신 프로레슬러 김일의 벽화도 시선을 끈다. ‘박치기 왕’ 김일의 제자 두 명이 이곳 연홍도에 거주했는데, 그중 한 명은 영화 ‘반칙왕’의 모델이다.

섬을 가로지르는 마을 골목에 들어서면 소박한 예술 작품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조개껍데기, 해초, 부표, 뗏목 조각 등과 섬사람의 일상은 훌륭한 소재다. 마을 주민의 손길이 닿은 작품도 있다. 낮은 담장과 수줍은 그림, 하늘과 바다와 지붕이 이어지는 골목이 참 예쁘다. ‘연홍도 담장 바닥길’로 불리는 골목 한쪽에는 연홍교회와 수백 년 된 당산나무가 보인다.

연홍도 골목


마을 너머는 한적한 포구다. 연홍미술관은 고깃배가 드나드는 포구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포구 주변으로 형형색색 조형물과 포토 존, 정크아트가 미술관 가는 길을 안내한다. 미술관 앞바다에 썰물과 밀물 때 드러나는 모습이 다른 조형물 ‘은빛 물고기’가 잠겨 있다. 물고기가 자맥질하는 바다 건너가 완도 금당도다. 금당도의 명물 병풍바위가 미술관 앞마당에서 커다란 그림처럼 다가선다. 프랑스 작가가 머물며 폐창고를 단장한 해변 작품과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평안해 보이는 연홍미술관은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많은 전시물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연홍미술관은 해마다 10회 전시 일정이 잡혀 있다. 조각, 회화, 도자 등 주제는 제한이 없다. 6월에는 사실화를 그리는 김복동 작가의 작품전이 열린다. 미술관과 15년을 함께한 선호남 관장은 미술관 옆 포구 주변 길을 예술의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바다가 1년 열두 달 변하기에, 연홍도의 작품도 볼 때마다 다를 거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연홍미술관은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월요일에 휴관하지만, 여행객과 미술관 숙박객이 있으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연홍도에 들어갈 때는 왕복 도선료(2000원) 외에 섬 탐방비(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를 내야 한다.

연홍도 골목 미술작품


◇연홍도를 만끽하는 법

연홍도에는 섬의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둘레길이 있다. 북쪽의 좀바끝둘레길은 곰솔 숲과 모래 해변을 지난다. ‘좀바’는 쏨뱅이의 이 지역 말로, 득량만과 연결되는 연홍도 바다는 쏨뱅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좀바끝둘레길 끝에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전망대가 있다. 좀바끝둘레길은 선착장까지 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안둘레길로 이어진다. 섬 남쪽에는 구릉지를 걷는 아르끝숲길이 있다. 연홍도둘레길을 걷는 데 한 시간 반쯤 걸린다.

오천몽돌해변


거금도로 넘어가 남쪽 해안을 달리면 고흥10경 가운데 7경으로 꼽히는 금산 해안 경관이 펼쳐진다. 다도해를 보며 달리는 국도77호선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연소해수욕장, 익금해수욕장, 금장해수욕장 등 호젓한 해변 외에도 섬의 군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금산 해안 경관의 끝자락인 오천항에는 수박만 한 몽돌이 신비로운 오천몽돌해변이 자리한다.

고흥 동쪽 끝에 놓인 팔영대교는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가 올해 2월 최종 개통하며 명소가 됐다. 팔영대교는 고흥 우천리와 여수 적금도를 잇는 현수교로, 총 길이 1340m에 이른다. 고흥의 일출 명소인 팔영산을 지나 위치하며, 팔영대교 초입에서 남해와 여러 섬을 잇는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팔영대교부터 낭도, 둔병도 등 네 개 섬과 다섯 개 다리를 잇는 쾌청한 길이 펼쳐진다.

◇여행메모

△여행코스= 연홍미술관→연홍도둘레길→금산 해안 경관→숙박→거금생태숲→소록도→녹동항→팔영대교

△먹을곳= 금산면 연소양지길의 송정횟집은 전복연포탕, 도양읍 비봉로 성실산장어숯불구이는 장어구이, 도양읍 우주항공로 토박이 녹동점은 낙지볶음, 봉래면 나로도항길의 다도해회관은 생선회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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