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 실익도 없어" 농민들도 반대…정황근 "재의 요구안 제안"

양곡관리법, 野 단독 처리로 국회 통과
"부작용 너무 명백…깊은 유감과 허탈함 느껴"
매년 예산 1조원 이상 들고 쌀값은 오히려 하락
농민단체도 "수급조절 기능 약화 될 것" 비판
  • 등록 2023-03-24 오전 5:00:00

    수정 2023-03-24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박기주 기자] 쌀 초과 생산을 부추기고, 매년 1조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에도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법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과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부작용이 너무나 명백해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의 3~5%, 수확기 쌀 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 시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매입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매입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했으나, 여야 입장 차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이 기반인 수정안이다.

그간 정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야당 주도로 일방 통과된 수정안도 의무매입 조건만 일부 변경했을 뿐,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등의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쌀 생산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가 쌀을 의무 매입할 경우 수급불균형이 심화돼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쌀 매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시장격리 의무화 시 쌀 초과 공급량은 현재 20만 톤(t) 수준에서 2030년 60만 톤으로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쌀 10만 톤을 수매하는 데 2500억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쌀 매입에 들이는 예산은 2030년 1조 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반면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 쌀값은 오히려 떨어져 농가 입장에서도 불리하다. 2000년 1인당 연간 93㎏을 소비했던 국내 쌀 소비량은 작년 57㎏으로 38% 줄었다. 같은 기간 벼 재배면적은 110만 7000헥타르(ha)에서 72만 7000ha로 34%만 줄었다. 김명환 GS&J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쌀 소비량 10% 감소는 수확기 쌀 가격을 6.8%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과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부작용이 너무나 명백해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수급조절 악화·농업 경쟁력 약화”…농민단체·전문가도 반대

농업단체와 농업정책 전문가들도 일제히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쌀은 기계화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재배가 쉬운 만큼 판로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면 다른 작물로 유인이 쉽지 않아 수급조절 기능이 약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민 의사는 반영하지 않고 법 개정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쌀을 제외한 다른 작물의 낮은 자급률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 장관이 재의 요구를 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지 관심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재의를 요구할 경우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 사례다. 대통령실은 이날 양곡관리법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69석인 민주당의 의석수를 감안해도 요건을 충족하기는 부족해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건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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