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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미중무역 전쟁은 장기전에 돌입했고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라는 돌발 악재마저 등장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4~2.5%)는 물론 한국은행의 전망치 2.2%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탱한 경제…투자·소비·수출 모두 ‘우울’
2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9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는 전년보다 1.9% 성장했다. 올 하반기 2% 중반은 나와야 한은의 연간 전망치인 2.2% 달성이 가능하다.
지난 1분기 0.4% 역성장 ‘쇼크’를 안겨줬던 것에 비하면 낫지만 위안을 삼기엔 부족하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009년 1분기(2.2%포인트)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였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0.2%포인트, 정부가 1.3%포인트였다.
큰 정부에 ‘반도체 착시’까지 걷어낸 한국 경제 모습은 어둡다. 민간 투자가 1년 넘게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2분기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는 지난해보다 각각 7.8%, 3.5%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기저효과 영향으로 2.4%, 1.4% 각각 증가한 것이지만, 전년동기대비 설비·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 2018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부진한 민간 투자의 주원인인 수출은 올들어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글로벌 교역량이 둔화하면서 재화수출은 반도체 수출물량 회복에도 뒷걸음질 쳤다. 2분기 재화수출은 지난해보다 0.6% 줄었다. 지난 1분기 재화수출은 14분기만에(2015년 3분기 -0.4%) 마이너스 전환했다.
우리나라는 올들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수출 감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이 줄다보니 자본재나 중간재 수입도 줄었다. 올 상반기 재화 수입은 수출 감소율(-0.8%)을 웃돈 -3.1%(전년동기대비)였다. ‘불황형 흑자’의 전조다.
그나마 성장률을 지탱했던 민간소비도 예전만 못하다.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와 의료 서비스 구매가 늘면서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최근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0.1~0.2%포인트 가량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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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모멘텀이 사라진 한국경제가 2%대 성장률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점점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 악화한다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성장률 전망치 2.2%에서) 추가 하향조정도 열려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보면 2% 아래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를 제외하면 2분기 전반적 수출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수출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경제는 더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최근 세계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추가 하향조정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로 단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재고 소진시까지는 단기 호재로도 작용될 수 있지만 재고 소진 이후엔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가 확대될 경우 반도체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에서도 생산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4분기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재고가 소진되고 난 4분기부터 지표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 경기흐름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의 향방 등 대외여건의 전개가 주요하다”며 “2분기 민간의 기여도가 마이너스 전환했는데, 3~4분기 민간이 개선되면서 회복 탄력을 받을 것인지가 주요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