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조원 돈 푸는 '양적완화의 시대' 다시 왔다

美·日·유럽까지…중앙은행 구원투수론
ECB 라가르드, 양적완화 확대 강력 시사
연준, 정책금리 인하 후 양적완화 가능성
돈만 푸는 게 능사인가…일각서 회의론
  • 등록 2020-03-04 오전 12:00:00

    수정 2020-03-04 오전 7:31:59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양적완화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10여년만에 또다시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금리 인하, 양적완화 확대를 포함한 돈 풀기 패키지를 통해 공포로 얼어붙은 시장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각국의 재정 지출도 쏟아질 조짐이다.

美·日 이어 유럽까지 돈 풀기 천명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ECB는 필요에 따라 (경제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ECB가 성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시장 개입 신호를 준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에 이어 라가르드 총재까지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양적완화 확대 카드를 먼저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책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만큼 더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는 작고 부작용은 큰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CB가 말한 적절한 조치는 (금리 인하 외에) 다른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을 거론했다. TLTRO는 ECB가 시중은행의 기업·가계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최대 만기 4년)로 금리 0%를 적용해 민간에 돈이 흘러가도록 한 제도다. ECB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비전통적 양적완화다.

올해 1월말 현재 TLTRO 잔액은 977억유로(약 129조4000억원). 이를 더 가파르게 늘려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게 ECB의 복안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공공채권 매입프로그램(PSPP)의 확대 가능성도 있다. PSPP 잔액은 2조2000억유로(약 2913조원)에 달한다.

금리 인하 카드도 아직 살아 있다. 시장은 ECB가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Deposit Facility Rate)를 -0.50%에서 -0.60%로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이 ECB에 익일물 자금을 예치하고 받는 금리다. 유로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레피금리(MROs)를 현재 0.00%에서 마이너스(-)로 내릴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상원에 출석해 “추후 침체가 오면 공격적으로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연방기금금리(FFR)가 1.50~1.75%에 불과해 그외에 다른 조치를 취해야 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연준이 이번달 0.25~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한데 이어 양적완화까지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1~3차 양적완화를 통해 4조달러(약 4719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날 금리를 0.75%에서 역대 최저인 0.50%로 인하했다. 코로나19 이후 실제 금리를 내린 건 호주가 처음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론을 강하게 천명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 지수는 5.09% 폭등하며 8거래일 만에 상승장을 기록했다. 2009년 3월 이후 거의 11년 만에 가장 높은 일일 오름 폭이다.

돈 푸는 게 능사인가…일각서 회의론

중앙은행뿐만 아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도울 준비가 돼있다”며 긴급자금 대출(Emergency Financing) 등을 거론했다. 두 인사는 “보건 시스템이 열악한 저소득 국가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제적 공조는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3일 긴급 전화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파월 의장이 주재하는 회의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제한 돈 풀기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우려는 제조업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총공급 감소 문제가 핵심인 만큼 총수요를 자극하는 돈풀기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통화정책이 팬데믹에 대응하는 옳은 방식인지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후유증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풀린 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 채권값, 주식값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금융시장을 뒤흔든 전례가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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