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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용이 털어놓은 위기감, 정부도 현실 정확히 봐야

  • 등록 2021-11-26 오전 5:00:00

    수정 2021-11-26 오전 5:00:00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제 귀국 일성은 의외였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돌아왔으니 희망적인 말을 할 만도 했다. 그런데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를 듣고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미국 출장에서 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을 실감하고 위기의식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된 것이 분명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태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나서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고 있다. 이에 중국은 반도체 자립·굴기를 선언하고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진출 다국적 기업과 중국 기업의 수요에 의존하던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반에 금이 가고 있다. 대만과 일본 등 다른 경쟁국 동향도 심상찮다.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반도체 공장 신설에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승패는 투자가 결정할 것이다. 누가 먼저 선제 투자로 압도적 기술우위와 글로벌 변수에 좌우되지 않을 생산기반을 확보·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쟁이 국가간 주도권 다툼 성격을 띠면서 각국 정부도 파격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투자 환경과 정부 지원정책 두 측면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는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과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축소 등 조세행정도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 100대 기업 중 3분의 2가량이 “최근 5년간 조세제도 변화로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것은 엄살이 아니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기업 특혜로 보는 관점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특혜와 대가가 오가는 정경유착의 시대가 아니다. 국가적 생존전략 차원에서 정부가 다방면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일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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