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수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 들어 이씨의 일과는 한숨과 고민으로 시작한다. 반등을 확신하며 기다렸지만, 현재로선 요원한 상황이다. 수익을 반납한 것도 모자라 마이너스로 향할 조짐을 보이자 그는 주식 처분에 나섰다. 일부는 마이너스 통장 상환에 사용했지만 일부는 미련이 남아 증권 계좌에 남겨뒀다. 이씨는 “증시가 신통치 않으니 (마이너스 통장) 이자 내는 것도 부담이다”며 “뚝심 있게 버텨야 할지, 떠나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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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로 흘러들던 자금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주식과 연을 맺은 개인투자자들이 처음 겪는 하락장에 버틸지와 떠날지를 고민하는 ‘노마드 머니’(Nomad Money·유목민처럼 떠도는 자금)가 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안전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라’며 손짓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금부터 기회인데 떠나선 안 된다’며 이탈을 막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2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5월(20조2271억원)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예탁금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증권 계좌에 보관해둔 금액)은 62조473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첫 개장일이던 1월 3일(71조727억원)과 비교하면 12.1%(8조5996억원) 줄어든 수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불확실성에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 횡령사고,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지정학적 이슈까지 더해진 결과다.
증시를 빠져나온 일부 자금은 금융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 7769억원(1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11조8410억원 증가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지정학적 이슈로 미국 증시마저 흔들리면서 국내로 유턴하는 서학 개미 자금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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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증시에 남을지, 떠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자금 이탈이 속도를 내고 있다지만 코로나19 직격탄에 신용거래융자가 최저점을 찍었던 2020년 3월 26일(6조4075억원)과 비교하면 현재도 3배 넘는 자금이 살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만 버티면 큰 수익률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라거나 ‘섣불리 떠났다가 상승장을 마주한다면 더 큰 허무함에 빠질 수도 있다’는 고민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상승장이 꺾이면서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듯 하다”며 “증시 대기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속도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지금부터가 진짜 기회’라며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정학적 이슈나 긴축 우려는 이전에도 경험했던 현상이며 반대로 생각하면 현재 이슈를 극복할 경우 더 큰 수익구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논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주가 급락으로 한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준의 3월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며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락바텀(최저점)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