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 아파트 분양공고..‘부적격 당첨자’ 속출 이유 있었네

청약제도 개편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더 복잡해져
무주택·부양가족 요건 가장 헷갈려
"생소한 용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워"
10명 중 1명꼴로 부적격 탈락
  • 등록 2018-12-17 오전 4:30:00

    수정 2018-12-17 오전 4:30:00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고시 책이 따로 없네.” 새 주택청약제도가 적용된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파트 공급 내역과 분양가, 청약 자격과 선정 방식 등이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히 담긴 이 공고문은 가뜩이나 방대한 내용에 압도돼 읽을 엄두도 나지 않지만, 새 제도로 인해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예비청약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고문 첫 문장에는 ‘본 입주자 모집공고의 내용을 숙지한 후 계약에 응하기 바라며, 미숙지로 인한 착오 행위 등에 대해서는 청약자 및 계약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양 상담사에 문의해야 내용 알 수 있어”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에서 새 청약제도가 처음 적용된 아파트 분양 단지가 일제히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성남시 분당구 ‘판교 더샵 포레스트’,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등이다. 앞서 정부는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대폭 넓히는 내용으로 청약제도를 손질해 11일 이후부터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예비청약자들이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보고 청약 자격을 이해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분양 상담사한테 의존할 경우가 많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결국 스스로 청약 자격을 따져보고 접수했다가 실수·착오 등으로 부적격자로 탈락하기 십상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청약을 하는 분들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바뀐 새 제도 가운데 예비청약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무주택 자격요건과 부양가족 산정 방식이다. 청약을 준비 중인 40대 주부 박모씨는 “입주자 모집공고문만 보고선 무주택자 1순위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구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격 조건이 각종 법령과 함께 뒤섞여 있는데다 생소한 용어도 많아 이해하기 어려워 결국 분양 상담사에게 문의하거나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 스스로 찾아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아파트 분양 당첨(분양권)됐거나 조합원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입주권)를 얻었어도 입주 전에만 이를 팔면 무주택 기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11일 이후부터 새로 분양권과 입주권을 취득한 경우 주택 소유로 간주해 무주택자에서 제외됐다. 다만 상속·증여·경매 또는 미분양 분양권을 취득해 계약하는 경우 입주 전까지는 예외로 둬 무주택자로 인정하고 있다. 대신 미분양 분양권을 최초 계약한 자에게서 다시 산 경우에는 유주택자로 간주한다.

또 청약가점을 계산할 때 점수가 가장 높은 부양가족 수 산정 방식도 달라졌다. 부양가족 가점은 한 명당 5점으로 최대 만점은 35점, 전체 84점 만점인 청약가점 항목들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다. 기존에는 60세 이상 부모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청약자와 3년 이상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같이 등록돼 있으면서 실제 동거하는 경우 부양가족 점수가 부여됐지만 11일부터 제외됐다. 예를 들어 부모 2명 가운데 주택 소유자 명의가 1명으로만 돼 있어도 2명 모두 가점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DMC SK뷰 분양 관계자는 “청약자 개개인의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해 우리도 제대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은 신청자가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한 예비청약자는 “청약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계속 바뀌는 통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청약을 넣고도 탈락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신혼부부와 장애인 등에게 특별공급하는 주택은 입주자로 선정된 날부터 5년간 전매가 금지됐다. 일반 분양분은 종전처럼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통상 3년)까지로 특별공급에 비해 전매 제한 기간이 더 짧다. 이를 모르고 있는 예비청약자들도 부지기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부적격 당첨 땐 수도권은 1년 청약 제한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내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청약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많다.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청약 자격 등의 복잡한 조건 탓에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부적격 당첨 시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간 청약을 제한받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청약 건수는 2만1804건에 이른다. 이는 전체 당첨자 수 20만5868의 10.6%로 열명 중 한명꼴로 피해를 본 셈이다. 이 중 3분의 2인 1만4497명(66.4%)은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 실수로 부적격 처리됐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내년 10월부터 청약 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해 예비청약자 본인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에 청약 업무를 담당하던 금융결제원 노조와의 갈등으로 이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기까지는 상당한 과도기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이 기간에 청약 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적격 당첨으로 인한 탈락 피해는 여전히 예비청약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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