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주린 배 채우던 새참거리 '예산어죽'의 비밀

  • 등록 2019-03-01 오전 1:00:00

    수정 2019-03-04 오후 3:49:51

예산 읍내 천변로에 있는 하루에찬 대표메뉴인 ‘어탕국수’


[예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운 읍는디 어죽 한 그릇 워뗘?”

배꼽시계가 울릴 때면 충남 예산 사람에게서 흔히 오가는 말이다. 민물어죽은 푹 삶은 민물고기에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육수를 내고, 여기에 불린쌀이나 국수 수제비, 라면 따위를 넣고 끓인 음식이다. 그만큼 즐겨먹는 음식이라는 말이다.

어죽은 우리 조상도 즐겨먹던 보양식 음식이다. 칼슘이 풍부할 뿐 아니라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좋다. 여기에 숙취와 해장국으로 적합하다. 조선 숙종 때 발간한 ‘산림경제’에는 ‘붕어죽’에 대한 기록이 있고, 영조 때 발간한 ‘증보산림경제’에는 붕어죽 만드는 법과 어죽은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복날이나 절식으로 유명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산어죽은 역사도 깊다. 일제 강점기인 1929년, 예당저수지 착공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 인부에게 배정한 식량을 중간에 착복해 먹을거리가 부족했다. 이때 인부들이 즐겨 먹던 어죽 조리법을 배워 주린 배를 채웠다. 이후 어죽은 특별한 새참거리로 사랑받았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물가에서 흔히 잡을 수 있는 물고기로 푹 고아내 먹었다. 단백질은 높은데 반해 칼로리는 낮고, 칼슘과 무기질이 어우러져 원기 회복에 딱 좋은 보양식이었다.

예산 읍내 천변로에 있는 하루에찬 대표메뉴인 ‘어탕국수’
예산어죽 맛의 비밀 중 첫번째는 물고기. 예당저수지에는 토종 붕어부터 잉어, 메기, 빠가사리 등이 풍부하다. 여기서 갓 잡은 민물고기로 조리한다. 또 충청도 특유의 조리법인 뚝배기나 양은 냄비에 어죽을 담아낸다. 언뜻 매운탕과 비슷해보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특별한 맛이 난다. 여기에 큼지막히 썬 깍뚜기나 묵은지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또 다른 비법 중 하나는 ‘국수’에 있다. 전국에 국수를 직접 뽑아 말려서 파는 동네가 몇 곳 있는데, 그중 부산의 ‘구포국수’와 충남의 ‘예산국수’가 유명하다. 볕이 좋은 날이면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긴 국숫발은 널린 모습부터 볼거리다. 국수는 배고픈 시절 허기를 채워 준 음식으로, 수십 년 동안 대를 이어 국수를 만든 장인들의 솜씨가 들어간 예산의 문화 그 자체다. 일반 소면보다 조금 두꺼워서 유달리 쫄깃하고 양념이 잘 배어든다. 예산장터에서는 5곳의 가게가 국수를 뽑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비법은 민물 새우다. 매운탕과 어탕국수에 민물 새우를 넣는다. 감칠맛을 배가시키고, 시원함을 더한다.

예산 읍내 천변로에 있는 ‘하루에찬’은 예당저수지까지 가지 않아도, 예산어죽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죽은 물론 어탕국수, 민물새우탕가 대표메뉴다. 이 식당에서는 예당저수지에서 공수한 메기나 빠가사리 등을 주문 즉시 손질해 사용한다. 육수 진액은 소주와 생강 등을 넣어 잡냄새를 잡고 있다. 먹기전, 감초까지 살짝 뿌리면 비린내는 커녕,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겨울철 허해진 몸의 원기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예산장터에 가면 직접 국수를 뽑는 가게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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