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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떠도는 나를 유혹하는 이상향…황제성 '노마드 이데아'

2021년 작
피노키오·클래식카 등 환상 소재 대거 들여
"지금 사는 세상서 만난 또 다른 세상" 그려
김명곤·김세한·안광식·이수동·임근우 등과
'푸른 날 우리들 이야기' 전으로…31일까지
  • 등록 2021-05-14 오전 3:20:01

    수정 2021-05-14 오전 3:20:01

황제성 ‘노마드 이데아’(2021), 캔버스에 오일, 162×112㎝(사진=갤러리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순간 ‘큐’ 사인이 들어오면 온갖 사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서부턴 상상이다. 현실은 그 바로 직전까지일 터. 작가 황제성(64)이 화면에 애써 붙들어둔 저 장면에서 말이다. 눈앞에 걸린 그림이니 ‘실체로서의 현실이 아니냐’고 우길 수만 있다면.

그래도 미심쩍긴 하다. 우뚝 세운 피노키오부터 한껏 부풀린 꽃무더기, 공중을 떠도는 여행가방과 그 위에 올라탄 날개 달린 얼룩말. 그뿐인가. 클래식카, 파라솔, 영사기 등등 환상이 풀세트로 장착된 작품이라니. 이들을 끌어내고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생명의 순환”이란다. “지금 사는 세상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세상을 그렸다”는 거다.

이를 위한 특별한 장치가 적잖다. 사실적 구상화법으로 끌어낸 초현실주의, 꿈꾸는 듯한 몽환적 색감,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 등. 결국 ‘노마드 이데아’(Nomad Idea·2021)는 늘 떠도는 이들을 유혹하는 이상향인 셈이다. 어쨌든 못 이긴 척 들어서고 볼 일이다. 뜻밖에 많은 게 보인다.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매헌로 갤러리작서 여는 기획전 ‘푸른 날, 우리들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 개관 14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꾸렸다. 꿈을 싣고 가는 자동차에 잔뜩 얹은 희망을 그리는 작가 김명곤, 수십만개 점을 찍어 도시어둠에 불빛을 얹는 작가 김세한, 지우고 칠하는 산고 끝에 얻은 아련한 기억을 표현하는 작가 안광식, 꽃길 꿈길 사랑길에 서정성 뚝뚝 떨어지는 행복을 흩뿌리는 작가 이수동,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고학에 내일의 행복을 가늠할 기상도를 얹는 작가 임근우 등 한국 화단의 ‘허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김명곤 ‘꿈을 싣고 오는 자동차’(2021), 캔버스에 아크릴, 72.7× 91㎝(사진=갤러리작)
안광식 ‘네이처-메모리’(2018), 캔버스에 오일·돌가루, 160×80㎝(사진=갤러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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