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개인전' 비비안 수터 "자연은 나의 전부…그림의 원천"

글래드스톤 갤러리서 국내 첫 전시
천 위에 날 것 그대로의 질감 표현
흙·나무·바람 등 자연이 주요 모티브
"느낌이 주는대로 자연스럽게 작업"
  • 등록 2022-07-19 오전 5:40:00

    수정 2022-07-19 오전 5:4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색감을 담은 커다란 캔버스천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벽면과 천장을 수놓은 인상깊은 그림들은 스위스계 아르헨티나 작가인 비비안 수터(73)의 작품들이다.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초청을 받아 오는 8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국내 첫 전시를 연다.

수터는 혼합 매체 회화 작품들로 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워 몰입감을 선사하는 독특한 설치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림을 캔버스에 그리는 대신 투박한 천 위에 날 것 그대로의 질감을 표현해내는 그의 방식은 때묻지 않은 과테말라의 색을 추출해낸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비비안 수터(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작가의 영감은 추상표현주의, 색상 이론, 특히 주위의 자연에서 온다. 최근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만난 수터는 “자연은 나의 전부”라며 “과테말라에 도착했을 때 자연으로 둘러싸인 장소와 사랑에 빠졌고 이를 통해 내 작품 세계를 개발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글래드스톤 서울의 현대적인 건축 양식을 활용해 열대 과테말라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한국의 도시적인 배경으로 옮겨놓았다. 작품의 설치는 채색된 매체를 사용해 3차원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작가의 탐구 활동의 연장선상이다. 캔버스천의 독특한 배치를 통해 갤러리의 벽, 천장, 계단과 바닥까지 활성화되고 각각의 작품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이러한 재맥락화를 통해 자유로운 해석과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

수터는 “내 작품의 대다수는 연도표기가 따로 되어있지 않고 제목도 없다”며 “한 개의 작품이 유의미하다기보다 전체적인 배치와 조합에 따라 의미가 생기고 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수터의 작업실은 과테말라의 오지에 위치해 있다. 산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보는 빛과 자연소리 등이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는 “회화작품이 말을 걸듯이 캔버스천 위에 나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내가 사는 방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야외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저 느낌이 주는대로 자연스럽게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의 수묵화처럼 검은색 붓질을 해놓은 듯한 작품도 있다. 수터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묵화를 인상깊게 봤다”며 “시간을 초월해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터는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26세까지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70년대 후반 돌연 활동을 접고 여행을 떠났다. 미국과 멕시코 등을 여행하다 과테말라에서 그곳의 자연에 매료돼 정착을 하게 됐단다.

지난 30년 동안 과테말라에서 작업을 해 온 작가는 태양, 비, 바람, 나무의 몸짓을 참고하고 풍화된 흙, 동물의 삶, 빗물과 식물을 천 위에 자유롭게 표현해 왔다. 수터는 “한창 활동을 하던 당시에는 형태를 탐구하는 작품이 많았고, 한 작품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앞이 꽉 막힌 것 같아 내 자신을 내려놓게 된 이후에는 고정되지 않은 천에 자유롭게 작업을 하게 됐다”고 그간의 과정을 돌아봤다. 이어 “작업 준비를 하는 시간보다 어떤 작품을 전시에 내걸지 선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나에게는 모든 작품들이 똑같이 소중하다”고 했다.

전시장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천처럼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도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그는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자유”라며 “해석의 몫을 온전히 관객에게 남겨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비안 수터의 첫 개인전 전경(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비비안 수터의 야외 작업 모습(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