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터는 혼합 매체 회화 작품들로 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워 몰입감을 선사하는 독특한 설치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림을 캔버스에 그리는 대신 투박한 천 위에 날 것 그대로의 질감을 표현해내는 그의 방식은 때묻지 않은 과테말라의 색을 추출해낸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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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글래드스톤 서울의 현대적인 건축 양식을 활용해 열대 과테말라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한국의 도시적인 배경으로 옮겨놓았다. 작품의 설치는 채색된 매체를 사용해 3차원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작가의 탐구 활동의 연장선상이다. 캔버스천의 독특한 배치를 통해 갤러리의 벽, 천장, 계단과 바닥까지 활성화되고 각각의 작품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이러한 재맥락화를 통해 자유로운 해석과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
수터의 작업실은 과테말라의 오지에 위치해 있다. 산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보는 빛과 자연소리 등이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는 “회화작품이 말을 걸듯이 캔버스천 위에 나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내가 사는 방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야외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저 느낌이 주는대로 자연스럽게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의 수묵화처럼 검은색 붓질을 해놓은 듯한 작품도 있다. 수터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묵화를 인상깊게 봤다”며 “시간을 초월해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터는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26세까지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70년대 후반 돌연 활동을 접고 여행을 떠났다. 미국과 멕시코 등을 여행하다 과테말라에서 그곳의 자연에 매료돼 정착을 하게 됐단다.
전시장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천처럼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도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그는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자유”라며 “해석의 몫을 온전히 관객에게 남겨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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