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분리수거를 잘한다?…재활용률 70%의 '함정'[플라스틱 넷제로]

재활용률 전세계 9%인데 한국 70%
분리수거 철저한 일본
징벌적 환경부담 감내하는 독일
  • 등록 2022-09-04 오전 9:00:00

    수정 2022-09-04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이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재활용 선진국이라는 신화를 낳게 한 통계가 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다.

OECD가 발표한 ‘재활용 경쟁에서 이긴 국가들(The countries winning the recycling race)’이란 제목의 이 인포그래픽은 심지어 ‘분리수거율’ 2위의 한국으로 잘못 번역되면서 여전히 인용되고 있다. 한국이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결정적 통계다.

하지만 이 조사는 ‘전체 도시 폐기물 중 재활용되고 퇴비화된 폐기물(Recycled and Composted Waste as a share of total municipal waste)’에 대한 조사다. 정확히 분리수거율과는 거리가 멀다. ‘재활용과 퇴비화’ 같은 어려운 해석보다 자원순환을 대표하는 친숙한 단어로 쉽게 풀어 내려다보니 생긴 오해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민이라는 신화의 주인공이 됐고, 국제적으로도 한국은 재활용 상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플라스틱 관련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실정은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높은 재활용률의 비밀을 뜯어봤다.



“재활용 통계 믿지 마세요”


이데일리가 환경부에 의뢰해 받은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율은 2020년 기준 7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2019년 기준 전세계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 9%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전 세계의 환경 이슈 선도국인 유럽도 거뜬히 뛰어넘는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0년 유럽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2950만t) 중 재활용 비중은 34.5%(1020만t)다.

통계생산 주체는 각기 다르지만 한국은 70%, 유럽은 34.5%, 전 세계는 9%가 통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통계를 비롯해 폐기물 통계는 세계적으로 정해진 기준없이 발표되는 대로 인용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한국이 분리수거 선진국이라서?

실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10%대로 파악된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주요 열가소성 합성수지 8종을 대상으로 국내 플라스틱 물질흐름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폐플라스틱 770만t중 18%(141만t)가 물질 재활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소각이 어려운 열경화성 폐플라스틱까지 확대할 경우, 실제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이를 훨씬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용률 70%의 상당부분은 소각 시 발생하는 열을 에너지화한 ‘에너지 회수’가 차지한다. 에너지 회수기업은 재활용 기업으로 등록된 탓에 재활용 집계로 잡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국제기구의 플라스틱 재활용 통계에서는 보조열원으로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각에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각으로 본다. 유럽은 폐플라스틱 에너지 회수 비율이 약 42%에 달하는데, 이를 재활용 외의 별도 항목으로 집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22%는 ‘통제되지 않는 쓰레기장에 버려지거나, 해양 투기’ 등으로 누출(Leakage)된 것으로 추정하는 OECD 통계치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누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제로’인 점은 납득이 어렵다.

우리나라 폐기물 통계가 가진 ‘허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폐기물 통계의 산출 방식 탓인데, 정부의 폐기물 통계는 폐기물 사업자가 ‘올바로 시스템(폐기물 적법처리 시스템)’에 입력한 자료를 재집계한 것이다. 이에 일부 폐기물 사업자들이 불법투기해 전국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산’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이같이 국가 통계로 대표성이 떨어지는 주먹구구식 집계 방식은 플라스틱 발생에서 폐기와 재활용까지 플라스틱의 전생애(Life cycle)에 걸친 관리를 요구하는 국제흐름과는 동떨어진다. 오는 2024년 플라스틱 국제협약 도입을 통해 각 국에 플라스틱 보고(Reporting) 의무가 부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계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깨끗하게 씻어서 내놓는 일본, 높은 환경비용 부담하는 독일”

일본산 폐플라스틱 플레이크가 높은 가격에 수입돼 사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가 분리수거 선진국 반열이라 평가하긴 부족하다. 일본은 씻어서 배출하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가 거부된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재활용 산업은 일본의 철저한 국민성에 의존한다”며 “사무실에서 먹은 도시락 쓰레기도 씻어서 내놓는 나라”라고 귀띔했다.

우리나라는 종량제봉투 시행 이후 분리수거율이 크게 오르긴했지만, 분리배출해서는 안되는 쓰레기까지 종량제봉투에 넣지 않고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거나, 오물이 묻은 채로 분리배출하면서 오히려 선별시설 과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독일처럼 환경에 대한 높은 비용을 부가하기엔 아직 저항이 높은 점도 철저한 분리수거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독일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물가 상승 우려에 가로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노숙자들도 폐플라스틱병을 주우러 다니는 나라로 잘 알려져있다.

1회용에 대해 징벌적 수준의 높은 보증금을 부과하는 독일은 판트(Pfand)라는 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 중이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슈퍼마켓에 설치된 보증금 환급기에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한다. 페트병에 대한 보증금은 약 300원(0.25유로) 수준으로, 이는 500㎖ 먹는물 가격의 약 절반에 달한다.

독일 포장시장연구협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재활용 가능 페트병으로 분류된 폐기물 중에서 판트로 수거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97.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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