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비밀)④외은지점, 한국 채권시장 `접수`

외은지점 국채+금융채 16조 순매수
국민연금 생보업계 압도
대규모 외화차입후 원화로 바꿔
  • 등록 2006-12-15 오전 7:00:00

    수정 2006-12-28 오전 6:04:09

[이데일리 최한나 강종구기자] 연초이후 채권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한국은행은 그 원인을 주로 ▲ 경기하락 기대 ▲콜금리 추가 기대 약화 ▲ 줄어든 채권공급에서 찾았다. 이중 경기하락 기대와 콜금리에 대한 예상은 시간을 두고 달라졌지만 수급호조는 연말로 갈수록 그 기세를 더해온 것이 사실이다.

◇ 채권이 줄어서 금리가 떨어졌다?

국채의 경우 월평균 순발행액이 1~9월중 3조4000억원으로 전년 3조8000억원, 2004년 3조5000억원보다 감소했다. 8월까지만 해도 오히려 지난해 페이스보다 증가속도가 빨랐지만 그 이후 오히려 순상환이 될 정도였다.

특히 예금보험기금채권(예보채)의 대규모 순상환 영향은 매우 컸다. 올들어 1~9월중 순상환된 예보채의 규모는 지난해 연간 순상환규모인 18조원과 같았다. 또 통안채는 지난해 1~9월 16조원이 순발행됐지만 올해는 같은기간 고작 2150억원 늘었을 뿐이다.

반면 보험사나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들은 국채 매수를 더 늘렸다. 지난해 6월 3.6%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 수익률이 연말엔 5.3% 근방까지 오르자 높아진 이자의 매력에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9월까지 국공채를 약 5조원 가량 더 사들였다.

상황이 이같이 돌아가자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장기금리 하락은 주로 수급 때문이며, 경기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또 국채금리를 과연 시장금리로 봐야 하는냐는 의문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시장금리라고 하지만, 지표 금리라고 하는 국채금리는 국채 수급 상황에도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며 "근래에 국채 공급이 상당히 줄어드는 현상이 있어서, 그러한 장단기 금리격차 축소 내지는 일시적 역전은 국채 수급 사정도 일부 작용했다"고 말한 것. 이 총재는 이어 "전적으로 미래의 경제상황이나 예상만 가지고 이런(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 현상이 나왔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수급 상황적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은의 이같은 해석이 100%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주식으로 눈을 돌리며 1~9월중 전년동기대비 1조4000여억원의 국내 채권을 덜 샀다. 국채 보유액이 국민연금과 맞먹는 국내 은행은 오히려 국채 잔액을 8조원 이상 줄였다.

금융채는 지난해 1~9월 2조6000억원 가량 순상환됐다. 그러나 올해 1~9월중에는 무려 26조원이 순발행됐다. 회사채(사모사채 포함) 순발행 규모도 1조9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채, 통안채, 금융채, 특수채,지방채,회사채를 합하면 지난해 1~9월중 순발행이 60조4000억원, 올해 같은 기간 순발행이 60조2000억원으로 엇비슷했다.

◇ 外銀, 포식자로 등장..국채+금융채 16조 `꿀꺽`

채권 수급상황을 확실한 공급부족 상태로 몰고 간 것은 자산규모가 국내 은행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28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 연합군이었다. 외은지점들은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국내 채권을 쓸어담았다. 국채와 통안채, 은행채 등 종류도 가리지 않았다.

올해 외은지점은 국민연금보다도, 국내 생보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큰 손이었다. 국민연금이 1~9월중 사들인 국내채권 총액은 12조원이고,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생보사(외국계 포함) 전체가 사들인 국내 유가증권이 11조원이다.

그러나 외은지점은 같은 기간 16조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지난해 연간 1조4000억원어치를 샀고, 지난해말 현재 보유액이 27조원이었던 곳이 국내 채권시장에 포식자로 등장한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통안채와 은행채 등 비교적 만기가 짧은 국내 채권을 먹어치웠다.  1~9월 중 사들인 통안채와 은행채 등이 7조2000억원인 가운데 이중 6조7000억원가량을 상반기에 사들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국채로 손길을 뻗치더니 하반기에는 매수량을 대폭 늘렸다. 9월까지 순매수한 국채가 모두 9조원에 달한다. 이중 3분기에 6조3000억원어치를 집중적으로 샀다.

특히 외은지점의 국채 매수는 8월 피크에 달했다. 올해 채권시장 최대 히트상품인 `파워스프레드`란 구조화 상품이 나올 즈음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잠정 중단한 달도 8월이고, 공교롭게도 국채가 더 이상 늘지 않게 된 때도 역시 이 때다. 8월 한달동안 외은지점들이 사들인 국채는 총 발행량의 절반을 넘는 3조원에 육박한다.

파워스프레드는 (91일물 CD금리-국고채3개월 금리)에 7~12배의 승수를 곱한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국내은행들이 만들어 고금리를 찾아다니던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등에 주로 팔았다. CD금리가 오를수록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은 외은지점을 상대로 헤지거래를 했고, 외은지점은 다시 떠안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채를 사들였다. (관련기사: `대단한` 구조화채권..한달새 2.5조 꿀꺽)



◇ 외은지점의 화수분 `외화차입`

예금을 거의 받지 않는 외은지점이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채권을 사들인 것일까. 그 근원에 외화차입이 있었다. 올해 1~9월중 단기 외화차입액 389억달러중 외화대출로 나간 금액은 모두 153억달러. 남은 230억달러중 대부분이 외은지점이 국내 채권을 사는데 쓰였다.

외은지점들은 라이보(Libor)보다도 싼 금리로 본점 또는 다른 지점에서 9조9000억원을 들여왔다. 본지점차입이 이자비용에 대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해 주는 한도인 자기자본의 6배가 넘어가자, 이번에는 일반 외화차입금으로 2조6000억원을 추가로 들여왔다. 3개 정도의 외은지점이 대거 급전을 쓰면서 외화콜 자금도 9조6000억원이 늘었다.



외은지점은 곁눈질을 하지 않았다. 국내 은행들이 외화자금으로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을 대폭 늘렸지만, 마치 역할을 나누기라도 한듯 대출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국내채권만 샀다.

국내은행들은 외화로 조달한 자금의 90%를 외화로 운용했다. 그중 4분의 3정도가 외화대출이었다. 반면 외은지점은 외화 조달자금중 외화로 운용한 것은 8% 남짓. 나머지는 재정거래를 이용해 원화로 바꾼 뒤 국내 채권을 사는데 주로 썼다. 대부분 재정거래를 이용한 달러화 단기자금이었다.(5편으로 이어집니다)

☞(저금리의 비밀)시리즈, 게재된 기사 바로 가기
①왕따! 한국은행
②`거품 경고`..2002년 재판인가
③유동성의 `바통터치`..藥 혹은 毒(?)
④외은지점, 한국 채권시장 `접수`
⑤4월,거품을 잉태하다
⑥`패거리금융` 진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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