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비밀)⑤4월,거품을 잉태하다

고금리 달러자금 저금리로 둔갑..은행 캐리트레이드 열풍
주택가격 급등속, 외화차입 외화대출 급증
국내은행은 대출확대, 외은지점은 국내채권 대량 매수
  • 등록 2006-12-19 오후 3:42:11

    수정 2006-12-28 오전 6:03:48

[이데일리 강종구 황은재기자] `판교신드롬`은 쓰나미처럼 4월의 한반도를 덮쳤다. 당첨은 곧 로또로 통했고 전국민이 청약 열기에 휩싸였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판교 신도시 정책은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겼다. 판교 주변의 용인 분당,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의 가격이 곧바로 급등했다.

신드롬은 판교에만 있지 않았다. 외환시장은 `환율은 떨어진다`는 기대에 완전히 사로잡혔고, 채권시장도 마치 `금리는 오르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것 처럼 보였다.

그같은 기대와 신념은 4월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대는 수요와 공급을 바꾸었고, 올해 내내 현실로 이어졌다. 그렇게 `거품의 최적조건`인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의 환경은 무르익어갔다.

◇ 내외금리 역전 불구, 외국인 국채선물 대량 매수

연초 급락후 잠잠하다 싶던 환율은 4월 이후 폭포처럼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재연이었다. 월초 975원였던 환율은 5월초 930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의 현물환율도 급락했지만 선물환율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3개월후의 달러값은 월초 현물환율보다 1.80원 낮았지만 월말에는 2.6원 아래로 처졌다.

외환시장이 환율 하락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던 4월 중순, 채권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나타나고 있었다. 21일 국채 2년물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내외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5년물과 10년물 등 중장기 국채 금리도 역전을 눈앞에 뒀다.

한국과 미국의 신인도 차이를 감안하면, 한국의 국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아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상황.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환율 하락과는 정반대로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이탈 가능성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금리역전이 이루어진 직후인 24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시장에서 1만계약 이상의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두달전 5만계약이 넘던 매수잔량을 바로 전주말 순매도포지션으로 돌려 놓았던 외국인들이었다.

연초부터 계속 금리가 떨어지자 국내 기관들은 부담을 느끼며 소극적인 상황. 그러나 외국인들은 그대로 6만계약 근처까지 매수를 쌓아갔다.

공동락 SK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 철저히 미국 금리를 잣대로 플레이를 했다"며 "그러나 당시는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던 것과는 상반되게 국내 국채선물을 대량 매수해, 미국 시장과 역행하는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 `환율 하락` 신드롬, 마술을 부리다..고금리→저금리 `둔갑`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크게 낮은 상황은 은행들에게 외채를 끌어다 쓸 천혜의 환경을 만들었다. 내외금리가 역전됐지만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오히려 고금리 통화인 미국 달러로 조달해 저금리인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남는 장사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4월28일 미국 라이보(Libor) 금리로 3개월을 차입할 경우 5.13%로 한국의 은행간 금리인 코리보 3개월물 4.37%보다 0.76%포인트 비쌌다. 그러나 차입한 달러를 현물환율인 943.4원에 원화로 바꾸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3개월후 달러를 당시 선물환율인 940.8원에 사는 계약(FX스왑)을 맺으면 1달러당 2.6원을 버는 셈이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1.10%의 금리를 아낄 수 있었다. 결국 금리가 높은 라이보로 차입하는 것이 아무런 위험도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 0.34%포인트(1.10%-0.76%) 만큼 절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외은지점의 경우 실제로는 라이보보다도 낮은 금리로 본지점 차입이 가능했기에 단기 외채 도입의 이득은 더 컸다. 또 국내 은행들의 경우에도 대외 신인도 상승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상황 등으로 인해 가산금리가 0.10%포인트 이내로 대폭 낮아진 상황이어서 외화차입 사정은 최상의 상황이었다.

이같은 무위험 차익거래 이익은 4월말 이후 급속도로 확대됐다.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들으 선물환 매도는 더욱 늘어났고, 그로 인해 선물환율은 더욱 떨어졌으며, 이는 단기 외채 조달을 통한 국내 채권투자나 대출의 매력을 높였다.


☞(관련기사보기) 은행,달러캐리트레이딩에 `푹` 빠졌다

스왑시장에서도 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대폭 확대됐다. 특히 달러화와 원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서로 교환하는 통화스왑시장은 고금리 외채를 저금리로 둔갑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었다. 환율하락은 통화스왑 금리를 국고채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은행들은 땅짚고 헤엄치든 재정거래 이득을 향유할 수 있었다.

2월말 국고채3년물보다 0.12%포인트 낮았던 통화스왑 3년금리는 4월말 0.22%포인트로 격차를 벌렸다. 예를 들어 2월말에 변동금리인 라이보로 차입한 달러를 원화자금으로 바꾸려면 4.77%의 고정금리(원화)를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4월말에는 이 금리가 4.59%까지 떨어졌다.

통화스왑은 지금의 환율로 달러와 원화를 교환한뒤 FX스왑과 달리 만기에도 최초 계약시 환율로 재교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발생할 환율변동분만큼이 금리조정으로 반영된다. 2월말에 비해 4월말 현물과 선물의 환율 차이가 더 벌어졌기 때문에(원화강세 기대) 원화 고정금리를 덜 줘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은행들은 통화스왑 거래를 통해 정부의 조달금리인 국채금리보다도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4월말 0.22%포인트(3년기준)였던 이 차이는 6월중순 무려 0.55%포인트까지 커졌다.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통화스왑으로 조달해 국채를 하면 0.55%포인트를 따고 들어가는 게임이었고, 대출을 하더라도 그만큼 이자를 싸게 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셈이었다.

원화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CD)를 맞바꾸는 이자율스왑시장의 경우 국채 금리와 역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4월이후 그 폭이 급격히 커졌다. 은행들은 이자율스왑시장을 통하면 CD나 은행채를 그냥 찍는 것에 비해 저리의 자금을 중장기로 조달할 수 있었다.

◇ 거품 성장 환경, 안성마춤

실제로 FX스왑이나 통화스왑을 통한 외채조달은 4월 이후 갑자기 활발해졌다. 통화스왑과 연계한 외화대출도 이때부터 크게 늘었고, 국내채권 또는 국채선물 매수도 확대됐다. 엔화대출이 인기를 끌었다지만, 고금리인 달러화 대출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통화스왑 등 파생상품을 끼면 저금리로 변하는 마술의 힘도 작용했다.



외은지점은 조달한 외화를 대부분 국내 채권 매수에 썼다. 국내 기관들이 이자가 너무 싸다며 외면한 국채였지만, 외은지점 입장에서는 고금리 매력이 넘쳤다. 국내 은행들은 채권투자에서 손을 떼는 대신 대출전쟁에 더 많은 실탄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부동산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와 맞물려 은행 대출은 폭증했다.



대출이 늘면 금리가 올라야 경제원리에 맞겠지만, 은행들은 저금리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는 방법이 널려 있었기에 과거와 달리 대출금리를 덜 올려도 됐다. 거품이 성장하기에 안성마춤이었다.(6편으로 이어집니다)

☞(저금리의 비밀)시리즈, 게재된 기사 바로 가기
①왕따! 한국은행
②`거품 경고`..2002년 재판인가
③유동성의 `바통터치`..藥 혹은 毒(?)
④외은지점, 한국 채권시장 `접수`
⑤4월,거품을 잉태하다
⑥`패거리금융` 진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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