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 뒤 집값 더 올랐다..추가 규제 효과도 '글쎄'

"결국 오르더라" 투자자 학습효과
재정비사업 등 개발호재 줄줄이
실수요자 '똘똘한 한채' 수요 여전
국토부·서울시, 시장 공동대응키로
  • 등록 2018-08-06 오전 5:30:00

    수정 2018-08-06 오전 5:30:00

8·2 부동산 대책 전후 서울 전체 주택 및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비교.(단위: %, 자료: 한국감정원)
[이데일리 성문재 경계영 기자]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자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 등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종 개발 호재와 재건축·재개발사업 계획, 직주근접 수요가 존재하는 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상당수는 규제 적용 이후 오히려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에도 서울 집값 ‘껑충’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서울 전체 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4.78% 올랐다. 상승률이 전년 동기(2016년 8월~2017년 7월)의 3.04%보다 1.74%포인트 높았다. 아파트로 한정하면 8·2 대책 전후의 가격 상승률 격차(1.98%포인트)는 더 크다.

국토교통부는 8·2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6년만에 부활시켜 서울 25개구 모두에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40% 적용 △3억원 이상 주택 구매 때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 의무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정비사업 재당첨(조합원·일반분양)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무리한 대출과 재건축 투기 등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지만 집값을 잡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서울 구는 금천·관악·노원구 등 3곳뿐이다.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투기지역 제외)된 서울 14개구의 대책 발표 전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비교.(단위: %, 자료: 한국감정원)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11개구를 투기지역으로도 지정했지만 이 역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투기지역 지정시 투기과열지구의 모든 규제가 적용되며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 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된다.

송파구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 전 11개월간 아파트값이 4.3% 상승했는데 투기지역으로 묶인 이후에는 무려 12.17% 뛰었다. 마포구도 투기지역 지정 전후 11개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각 4.05%, 8.37%로 2배 이상 커졌다. 투기지역 11개구 중 노원구만 유일하게 규제 적용 이후 집값 상승률이 떨어졌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결국 오르더라” 학습효과에 규제 무용지물

역대급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었던 지난 2005년 8·31 대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8·2 대책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학습화, 다양한 개발 호재,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 등을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컨설턴트들의 강연이나 세미나, 투자 정보 제공 등이 일반화되면서 규제의 빈틈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성향이 과거에 비해 과감해진 측면이 있고 부동산에서 수익을 한번이라도 맛본 자산가들은 대부분 다시 부동산에 투자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강남과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회복 움직임을 보면 규제 효과가 약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과거에도 규제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가도 다시 그 이상 회복해서 오르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결국 우상향한다는 인식이 학습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과 맞물려 각종 재정비사업이나 광역교통망 확충 등이 줄줄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는 점 역시 정부의 집값 안정 목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 이후 용산구와 영등포구 아파트값은 연일 뛰고 있다. 집값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이 직접 나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3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2주 간격으로 국·실장급 ‘시장관리 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협의체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비·도시재생·개발사업에 따른 시장 영향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주요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공유·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이미 많은 규제 카드를 써버린 상황이라 서울에서 추가적으로 꺼내 들 수 있는 규제 카드는 투기지역 확대 지정 정도”라면서 “정부 규제의 타깃이 주로 다주택자에 맞춰져 있는데, 1주택자나 실수요자가 소위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수요를 차단할 효과적인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민주거복지 강화를 위한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및 ‘주택시장 안정’을 협력하기 위한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체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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