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시대]②贊 "지금이 도입 적기" vs 反 "분양가 급등 우려"

"후분양하면 완공된 아파트 보고 매입 가능"
vs "중소건설사 줄도산, 사업비 소비자 전가"
  • 등록 2019-07-03 오전 4:00:01

    수정 2019-07-03 오전 9:11:37

[이데일리 박민 기자] 아파트 ‘후(後)분양’이 분양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아파트 부실 시공과 분양권 투기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후분양 로드맵을 제시할 때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시들했다. 그러나 이달 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규 분양 단지의 분양가 통제 고삐를 바짝 죄이면서 서울에서는 ‘등 떠밀려’ 후분양을 선택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다만 후분양으로 주택 공급시기가 2~3년 후로 미뤄지는 만큼 ‘주택공급 축소’와 ‘분양가 상승’이라는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간 기대와 우려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찬성 “지은 후 분양해야 부실공사 피해 최소화”

아파트 후분양제는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전체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 짓거나 말 그대로 집을 다 지은 후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주택공급 방식의 주류인 ‘선(先)분양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선분양제는 과거 주택보급률이 낮았던 1970년대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현행법 체계에선 대지 소유권 확보,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만 갖추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이 가능하다. 건설사 입장에선 금융권을 통하지 않고도 자금 확보가 가능해 대부분 선분양 방식으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집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권이란 권리를 계약하는 것이다보니 건설사 부도, 부실공사 등에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허다했다. 특히 분양 시점과 2~3년 후 입주시점에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시세차익을 놀린 투기꾼들이 대거 몰리며 주변 집값까지 끌어 올리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결국 2004년 참여정부는 개혁과제로 ‘후분양제 의무화’를 논의했고, 단계별로 확대 도입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 공급 축소와 분양가 상승 우려 등의 업계 반발로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서 흐지부지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 값이 치솟으면서 청약 과열, 분양권 투기, 가계부채 급증 등의 문제가 커지면서 해법으로 ‘후분양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장기 주거종합계획’에서 2022년까지 공공 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부문의 후분양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후분양을 장려하는 이유 중엔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 배경엔 주택보급률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주택공급률은 103.3%(수도권 98.3%)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국내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다는 얘기다. 주택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할 때는 선분양을 통해 주택 수요를 충족했지만 지금은 공급량이 충분해 후분양을 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비교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반대 “분양가 통제 없어 분양가 급등”

정부의 생각과 달리 주택금융시스템의 선진화와 주택 보증제도 개선이 따라주지 않는 한 후분양제는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선분양제 구조 아래서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자금의 50~70%를 소비자들이 내는 계약금 및 중도금 등으로 충당해 공사를 진행한다. 주택금융시스템 선진화가 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공급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규주택 공급량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건설업체는 신용도가 낮아 높은 금리부담과 위험 증가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후분양 확산에 앞서 건설자금 조달방식의 개편과 허가에서 착공, 준공에 이르는 주택공급과정의 리스크를 줄이는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소비자 입장에서도 선분양보다 후분양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착공 후 후분양하는 시점인 2~3년간 건설사가 감당하는 이자비용, 건설원가 인상분 등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어 자금 부담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분양 시점의 가격에 비해 후분양 시점의 분양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분양을 할 경우 현재로선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 가격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새 아파트 희소가치를 반영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현재 서초구 반포 일대에서 가장 비싼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시세는 3.3㎡당 8000만원대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에서 향후 분양할 신반포3차·반포1단지 등은 입지여건에서 아크로리버파크 못지않은데다 새 아파트라는 이점에 값을 높게 책정할 여지가 크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후분양이 늘어나면 향후 2~3년 간 공급 물량은 끊기게 될 것”이라며 “강남권의 주택 수요는 꾸준한데 갖가지 규제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져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분양의 경우 2년여 뒤 분양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일반 분양가를 높이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부담이 커져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선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년 뒤 분양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후분양 쪽이 되레 리스크가 더 크고 조합의 추가부담금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과 시공사, 시행사 등 분양사업 주체의 득실에 따라 후분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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