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기 한은 총재 인사, 정쟁 대상으로 끌고 갈 일 아니다

  • 등록 2022-03-25 오전 5:00:00

    수정 2022-03-25 오전 5:00:00

차기 한국은행 총재 선임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이 또다시 충돌했다. 청와대는 그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다음 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하면서 “윤 당선인측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측은 “협의가 없었다”면서 “청와대의 일방적 발표”라고 비난했다. 이에 다시 청와대측은 “후보 지명 발표 전 ‘이창용씨 어때요?’라고 물었고 ‘좋은 분’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당선인측은 통화 사실은 인정했지만 “동의한 바 없다”고 맞섰다.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 국장이 통화신용정책 수장으로서 한국은행을 이끌어가기에 손색없는 인물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는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교수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이론과 실무에 해박하다.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에 손꼽히는 전문가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IMF 근무 경력도 쌓아 탁월한 국제 감각과 탄탄한 인맥도 갖췄다.

그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해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정부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 정부 참여 인사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택한 것은 당선인측에 대한 배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선인측이 반발하는 것은 감사위원 등 후속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와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속,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준 청문회가 아니기 때문에 당선인측이 반대하더라도 임명할 수는 있지만 물러나는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할 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코로나19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국제유가와 환율이 거의 매일 요동치고 있다. 신·구 권력이 진실공방과 주도권 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혼란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속히 만나 갈등을 풀고 사상 초유의 한은 총재 공석 사태가 길어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표정 굳은 탕웨이..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 깜짝 놀란 눈
  • "내가 몸짱"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