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 베테랑서 ‘개(犬) 폭행’ 조태오, 형사처벌 받을까?

동물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면 소유권 관계없이 처벌
주인 있는 동물 죽이면 ‘재물손괴죄’ 적용 형사처벌
“동물=재물로 판단, 정신적 피해보상 받기는 어려워”
  • 등록 2015-10-26 오전 5:00:00

    수정 2015-10-26 오전 5:00:00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1991년 만들어졌습니다. 사진 속 강아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호수’입니다. 호수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눈이 불편한 양지호 정인교회 목사의 훌륭한 눈이 돼 주었다가 2010년 2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 = 조용석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례1.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14년 3월, 아파트 14층에 주인 없는 고양이가 침입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올라갔습니다. A씨는 고양이 머리를 두 차례 발로 밟아 제압한 뒤 준비한 끈으로 목을 힘껏 졸라 묶었습니다. 목이 졸린 채 1층 가스배관에 묶여 있던 고양이는 곧 죽었습니다.

사례2. 지난해 6월 10일, 제주도에서 폐지 수집을 하는 B씨는 아침부터 무척 화가 난 상태였습니다. 자신이 기르던 개가 손을 물었기 때문이죠. 이성을 잃은 B씨는 목줄을 수차례 세게 잡아당겼습니다. 개의 목에는 곧 상처가 났고 피가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B씨는 나무 막대기를 사용해 개의 몸통을 수회 때렸습니다.

‘복날 개 패듯 때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설명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동물은 때려도 된다’는 인식이 숨어있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물을 학대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면 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사례1의 A씨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부산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소유권을 따지지 않습니다. 자기 소유의 동물이라도 학대를 했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면 처벌받습니다. 자신의 개를 피가 나도록 때린 사례2의 B씨는 동물보호법 8조 2항 1호(도구·약물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2호(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를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고 제주지법은 B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영화 ‘베테랑’에서는 조태오(유아인 분)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기르던 개를 골프채로 잔인하게 때려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태오의 잔인함을 잘 설명하는 장면이지만 앞서 소개한 판례에 대입해보면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를 위반한 겁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진 것은 20년이 넘었으나 실제로 적용돼 처벌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며 “동물 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사람들이 적고 자기 소유 동물의 경우 학대가 드러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인이 있는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죽였을 때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함께 재물손괴죄(형법 366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에서는 동물을 재물로 판단, 주인이 있는 동물에 대한 피해는 재물 손괴와 유사하게 취급합니다. 이에 대한 처벌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동물보호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어겼을 때보다 무겁습니다.

2011년 2월 허모씨는 서울의 한 수산시장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횟칼로 주인이 있는 고양이 2마리를 찔렀습니다. 두 고양이에 대한 치료비는 약 150만원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허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2012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피해를 당한 동물의 주인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큰 보상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는 동물을 재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물에 대한 배상은 물건 가액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고 변호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덧붙여 개나 고양이를 도축해 먹는 행위는 법에 저촉될까요? 동물보호법에서는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금지할 뿐, 도축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개나 고양이는 축산물에 포함되지 않아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개를 식용으로 기르는 농장이나 도축하는 곳을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개나 고양이를 축산물로 분류하면 규제가 가능해지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식용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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