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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여명에 드리운 안개처럼 보인다. 겹겹이 나무들이 용케 그들 영역의 한 치 앞뒤를 구분하고 섰다. 사진이라면 ‘아웃 포커싱’ 효과라고 할까. 초점은 가장 앞선 것에 뒀다. 가느다란 나뭇가지 한 가닥. 몽환적 푸른 배경 중 비로소 나무색을 가진 그것은 대단히 현실적인 잣대다.
‘자연-이미지’(2017)에는 단단한 나무와 숲이 있고, 홀릴 듯한 색감과 서정이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이를 내보이려 한 건 아닌 듯하다. 눈앞에 던져놓고도,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보라 하지 않나.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자연-이미지’라 내세우지도 않았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