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이란 고래는 바다에서 헤엄쳐야한다

  • 등록 2021-03-26 오전 4:00:00

    수정 2021-03-26 오전 4: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최근 결정한 것이 아니고 수년째 분산투자 차원에서 진행돼 왔다. 연금 운용의 공공성 원칙에 따라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증시 관련 토론회에서 당시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본부장(CIO) 직무대리가 한 발언이다. 그해 우리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2600선에서 1900선까지 추락했고,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6조원 가량 손실을 봤다. 반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어서며 불과 2년여 만에 여론은 180도 바뀌었다. 국민연금은 51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약 15조원)했고, 동학개미들로부터 ‘박스피’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주가 부양을 위해 국내 주식을 더 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가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6일 회의에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의 자산조정 허용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5%포인트로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20.3%까지 높일 수 있어 보유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운용자산이 833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일 경우, 증시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바다에 있어야 할 고래가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국내 증시가 또다시 하락을 맞는다면 국민연금은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 국민의 노후 자금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고래가 호수에서 요동치면 주변 작은 물고기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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