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떠나며 숨겼던 '퇴장 유물'을 아시나요'[알면 쉬운 문화재]

경주 흥륜사 터에서 청동유물 발견
창녕 말흘리에선 공예품 500여 점
인각사지·도봉서원 출토 유물 보물 지정
  • 등록 2023-07-15 오전 7:00:00

    수정 2023-07-15 오전 7:00:00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신라 최초의 절로 알려진 경북 경주시 흥륜사 터 부근에서 고려시대 청동 유물 50여 점이 철솥 안에 담긴 채 무더기로 확인됐어요.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이 하수관로 설치 공사를 위해 일대를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인데요. 통일신라~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을 확인했죠.

문화재청은 한꺼번에 땅 속에 묻힌 출토상황을 고려할 때 이 유물들이 ‘퇴장(退藏) 유물’로 추정된다고 밝혔어요. 그렇다면 ‘퇴장 유물’이란 무엇일까요.

‘경주 흥륜사지’ 서쪽 부근에서 발견된 청동 유물들(사진=연합뉴스).
‘퇴장 유물’은 ‘퇴장’이라는 말 그대로 ‘물러나 감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특수한 목적으로 인해 땅 속에 매납한 유물을 뜻하는 용어죠. 몽고군의 침략이나 화재, 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 곳에 모아 땅에 묻어두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이번 흥륜사 터 부근에서 발견된 유물의 경우 지름 약 65㎝, 높이 62㎝의 대형 철솥 안에 향로, 촛대, 금강저(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 쓰는 방망이)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담겨 있었어요. 육안으로 확인된 유물만 54점이고, 일부는 솥 바닥에도 붙어있어 추가로 유물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어요.

특히 이번에 발견된 유물 중에는 ‘영묘사(靈廟寺)’라고 적힌 기와 조각도 나왔어요. 흥륜사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어요. 하지만 ‘영묘사’가 적힌 기와가 인근에서 5차례나 발견되면서 일제시대에 규정된 흥륜사 터가 영묘사 터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됐어요. 영묘사는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로, 조선시대 초에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청동 공양구 일부 모습(사진=문화재청).
이와 비슷한 형태로 청동 유물이 한 번에 출토된 사례는 또 있는데요.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 경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충북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의 유물이 발견됐어요.

창녕 말흘리의 한 사찰터에서는 지름 70cm의 구덩이 안 쇠솥에서 500여 점에 달하는 금빛 찬란한 불교관련 공예품들이 출토됐어요. 대부분 불단을 장식하거나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사찰용품들로 통일신라시대 공예품의 화려함을 그대로 보여주었죠. 짐승얼굴이 새겨진 문고리장식을 비롯해 자루솥, 향로, 구슬, 자물쇠 문고리 등 다양한 형태의 유물이 발견됐어요.

대구 군위군 인각사의 1호 건물지 동쪽에서는 공양구 17점이 나왔어요. 통일신라 시대의 금동 병향로를 비롯해 금동가릉빈가상, 향합, 정병, 청동북 등의 유물이 모습을 드러냈죠. 이 유물들은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이란 명칭으로 2019년 보물로 지정됐어요.

서울 도봉서원이 있던 곳에서는 금동금강저, 금동금강령, 청동현향로 등 총 10점이 출토됐어요. 이 유물들은 공예사적으로 우수할뿐만 아니라 명문을 통해 사용처와 용도, 시주자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죠. 이같은 역사적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8월에 보물로 지정됐습니다.
창녕 말흘리 유적(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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