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존재 이유가 오로지 순찰?"…현장 경찰의 한숨[기자수첩]

경찰, 조직개편안 발표…`범죄 예방`에 인력 집중
정보·사이버수사·외사 등 기능 대폭 축소
"검거도 경찰의 주요 기능인데"…현장선 우려
  • 등록 2023-09-20 오전 6:00:00

    수정 2023-09-20 오전 6:00:0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데일리는 ‘경찰人’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경찰 내 인물을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인데, 사이버수사대와 화재감식팀, 통역요원, 고속도로순찰대 등 다양한 업무를 맡은 사람들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여러 조각이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모자이크처럼, 14만에 달하는 경찰 조직도 촘촘히 그 역할이 배분된 것에서 착안한 기사이기도 하다.

5일 오전 경찰이 서울 지하철 잠실역에서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8일 경찰이 발표한 조직개편안을 보면 이 같은 경찰의 큰 그림이 일그러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 개편안은 관리업무 위주 부서를 통폐합해 슬림화하고, 내부 행정관리 인력을 감축해 2900여명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의 본연 기능인 ‘치안업무’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범인의 검거보단 ‘범죄 예방’ 기능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 ‘짜고 짜낸’ 인력을 현장으로 내보내고, 이 인력을 기동순찰대로 운영해 예방순찰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내부에선 당연히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보여주기식 순찰이 실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분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다른 업무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탓이다.

행정 파트에 남을 인력이 겪을 업무 과부하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경찰 수사의 시작점이 되는 정보 기능의 축소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사이버수사국이 폐지되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중요성이 커진 외사 기능도 이번 통폐합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형사기동대도 마찬가지다. 형사기동대는 검거와 수사 업무를 주로 해왔지만, 이젠 예방적 형사활동에 치중한다. 검거 또한 경찰의 중요한 본연 기능인데, 이들이 순찰에 주력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변화가 경찰 조직의 기존 역할과 향후 발전에 타격을 줄까 우려된다. 현장에서는 ‘순찰만 도는 게 우리 업무인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14만 경찰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 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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