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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폭염에 화풀이하듯 손으로 내리쳐 수박을 쪼개봤던 이 계절도 끝나간다. 그럼에도 수박에 그인 검은 줄이 이리도 선명한 건 계절과 나눠야 할 소통거리가 아직 남았기 때문일 거다. 올여름이 어쨌다는 둥, 과일이 달았다는 둥. 이 그림 속 수박이 꼭 고무공 같다는 얘기도 포함될까.
‘한여름’(2015) 역시 경직된 세상의 프레임을 은유한 한 점. 강한 색조로 명료화한 이미지를 통해 사는 일의 어려움을 슬쩍 흘린 거다. 수박이 쪼개지든 아니든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어쨌든 내 손은 한동안 꽤 아플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