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한류 앞지를 중국의 '문화굴기' 두렵다

  • 등록 2015-11-25 오전 4:10:01

    수정 2015-11-25 오전 4:10:01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이래서 짱깨들은 안된다니까.”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과 만날 때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중국 식당이나 상점에서 서비스가 다소 못마땅하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이 같은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짱깨’는 한국사람들이 중국인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중국은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상당수 국가들의 수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해 이들 국가들을 먹여살리고 있는데도 인식이 이러하니 말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 뿐일 거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왜 이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중국인을 무시하는 한국인의 인식 저변에는 ‘문화적 우월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져 보면 한국 문화가 최근 중국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K팝, K뷰티 등 한류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한국 화장품을 애용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주위에도 매우 많다. 이들은 한국 문화를 동경하며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문화산업 발전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선진국의 유명기업들을 사들이는가 하면 이들 문화도 적극 도입해 업그레이드한다.

중국은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들에도 손을 뻗고 있다. 최근 적잖은 기업들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상태고 지금도 활발히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문화산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적극 투자하는 한국기업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중국 자본에 인수된 한국 기업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도 하다.

과거 중국이 인프라 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현재 중국은 문화산업 고속성장의 시대에 진입했다. 문화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는 소비자 수요를 진작하고 관련 시장 규모를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문화산업 관련 기업의 수는 2배가량 증가했고 자산총액은 4.6배 불어났다. 향후 10년은 이보다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더욱이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은 중국인들이 문화적 자긍심뿐 아니라 포용성도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굴욕을 당한 중국은 이후 중화문명의 우월감이란 긴 잠에서 깨어났다. 이후 중국은 외래문명을 배척하지 않고 천천히 숙성 기간을 거치며 외래문명을 자기화하는 데 익숙해졌다.

돌이켜 보면 두 세기 전만 해도 중국은 우리가 조공을 바치던 나라였다. 이후 일본이 만주를 침탈하고 우리를 일제의 앞잡이로 세우자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일컬어 ‘가오리방쯔’(高麗棒子·고려 몽둥이)라 불렀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자신들을 괴롭히는 악랄한 고려인’이라는 비하의 뜻이 담긴 칭호다.

시대가 변해 지금은 우리가 중국을 깔볼 만큼 성장했지만 안일한 우월감에 취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언제 다시 상황이 역전돼 ‘짱깨’로부터 ‘가오리방쯔’라고 무시당할지 모를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명실공히 세계 제2 경제대국이 되리라고 믿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10년 후 중국이 세계 속 문화대국이 되리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경제대국 중국은 우리와 수평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파트너일 수 있지만 문화대국 중국은 우리에게 수직관계를 요구할지 모른다. 과거에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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