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1년]③"美같은 적대적 경영관여 시장엔 안먹히더라"

'장하성펀드' 운용했던 김홍석 메리츠운용 상무
`펀더멘털 좋은데 지배구조 안 좋은 곳이 타깃`
동양권에선 친화적 경영 관여가 더 필요해
  • 등록 2017-12-14 오전 5:00:00

    수정 2017-12-14 오전 5:00:00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상무는 11일 서울 북촌 메리츠운용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출처: 메리츠운용)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자본시장에 스튜어드십코드가 확산될 경우 가장 주목을 받는 투자전략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경영 관여)’펀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는 선의의 관리자로서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적극적으로 따져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주주이익에 부합한 기업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의 인게이지먼트를 통해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배당이 확대된다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주가가 오를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메리츠자산운용의 `인게이지먼트사모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라자드자산운용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 펀드’를 운용했던 김홍석 메리츠운용 상무가 메리츠인게이지먼트펀드를 운용한다. 하지만 그 전략은 180도 달라졌다. 김 상무를 11일 서울 북촌 메리츠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메리츠운용은 자산운용사중 세 번째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현금 과다 보유기업에 투자 제언`

김 상무는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와 협업해 펀드를 운용할 때는 행동주의(activist) 펀드 성격을 표방해 대주주에 경영개선 등을 적극 요구했다. 기업 입장에선 적대적인 느낌을 줬고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탓에 메리츠인게이지먼트펀드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물론 타깃 기업은 같다. 실적 등 펀더멘털이 좋으나 지배구조 등으로 현저하게 저평가된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김 상무는 “회사나 대주주쪽에서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친화정책 등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그것이 어렵다면 굳이 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변화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기업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 유럽 등에선 적대적 방식의 인게이지먼트가 먹히나 일본 등 동양권에선 잘 안 된다”며 “일본에서 프렌들리(friendly)한 인게이지먼트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길 원하는 모습을 봤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우리나라에도 프렌들리한 인게이지먼트가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인게이지먼트펀드는 펀드 자금 규모가 적어 현재 투자하는 종목은 코스닥 내 8개 종목에 불과하다. 김 상무는 “이런 전략이 얼만큼 작동하는지를 1~2년 정도 살펴보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면 그때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기업들 반응이 달라졌다. 실제로 펀드에서 대화를 시도한 곳은 한 곳인데 이 기업은 너무 보수적인 경영으로 현금을 많이 갖고 있었다. 김 상무는 “현금 보유가 과다해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사업 기회를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기업도 이에 공감했다”며 “이 기업은 실패 두려움으로 투자 결정을 망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가 조성된지 반년이 채 안 돼 수익률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상무는 “주가는 여러 팩터들의 상호관계에 의해 결정되는데 동일 조건의 같은 회사라면 지배구조가 개선돼 과다한 현금이 배당으로 가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데 사용된다면 주가는 당연히 좋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비즈니스가 건실하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 나무랄 데가 없는데 말도 안되게 저평가되는 기업들이 있다”며 “인게이지먼트펀드는 저평가된 이유를 찾고 해결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는 지분을 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며 “대주주가 원한다면 회사가 제값을 받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상무는 11일 서울 북촌 메리츠운용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출처: 메리츠운용)
◇ “‘배당 확대 요구’도 경영참여로 보는 것은 너무해”


메리츠인게이지먼트펀드는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이를 공시하고 투자목적도 ‘경영참여’로 분류된다. 다만 이 펀드가 경영에 개입하는 강도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이뤄질 주주권 행사 수준과 유사하다. 금융위원회는 공적연기금에 한해 배당을 요구하거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단순 투자’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기관투자가는 배당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모두 ‘경영 참여’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 상무는 “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경영참여라고 할 수 있지, 그 이하의 행위는 경영참여로 보기 어렵다”며 “관련 제도들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 `경영참여`로 분류되는 행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적연기금 외에 일반투자자들의 배당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경영참여로 볼 것인지에 대해 검토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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