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제2의 LH…수자원공사 등 윤리경영 D받고도 수백억 성과급

[공공기관 대해부]①윤리경영
2018~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수조사
공공기관 33곳 윤리경영 낙제점에도 성과급
수자원공사 윤리D에도 종합A…이듬해도 개선안돼
산업안전공단 윤리경영 E 최하점에도 성과급 받아
"중대 책무 위반땐 성과급 0원·자체 상시평가 필요”
  • 등록 2021-03-29 오전 5:10:00

    수정 2021-03-29 오전 8:24:34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를 압수수색한 22일 취재진들이 건물 입구 앞에 몰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최훈길 한광범 기자, 성채윤 인턴기자] 윤리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수백억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 평가를 받고도 종합 평가에서 만회해 성과급을 받은 기관은 모두 33개에 달했다. 이들 기관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 규모는 1300억원에 달했다. 윤리평가 항목에 대한 배점 확대와 함께 중대한 사회적 책무 위반 기관에 대해서는 종합 평가 등급과 관계없이 성과급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리경영 낙제점에도 성과급…LH 닮은꼴 기관 33곳

28일 이데일리가 지난 2018년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윤리경영 평가에서 미흡(D) 이하 평가를 받고도, 종합평가에서 보통(C) 이상을 받아 경영평가 성과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전체 128개 기관 가운데 33개 기관에 달했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종합 등급 A~C 등급에 차등 지급된다. 이들 33개 기관 임직원에 지급된 경영평가 성과급은 총 1270억여원에 달한다. 매년 이뤄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그 다음해 결과가 공표되고 성과급도 이때 지급한다. 가장 최신의 경영평가 결과는 2019년 경영에 대한 것이지만 이에 따른 성과급 지급은 아직까지 결산 공시가 이뤄지지 않아 2018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윤리경영이 포함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에 대한 역할 요구가 커지면서 새롭게 평가 항목으로 도입됐다.

공공기관의 경제적·법적 책임 외 윤리적 책임 준수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윤리경영 관련 전담조직과 지침 마련 여부, 내부 감사 결과 및 사후관리 등 내부견제활동의 실적과 성과, 근로자 및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권리보호 등을 ‘비계량’으로 따진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 전수조사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 결과도 주요하게 반영한다.

그러나 윤리경영의 배점이 전체 100점 가운데 3점에 불과한 탓에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종합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관들이 수두룩했다.

윤리경영 평가에서 미흡(D) 이하 평가를 받고도 종합평가에서 우수(A)를 받은 기관이 2곳, 양호(B)를 받은 기관이 15곳, 보통(C)을 받은 기관이 16곳이었다.

수자원공사·코트라 윤리경영 D에도 종합 A…이듬해도 개선 안돼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부패·인사 관련 부정적 응답이 늘어나고, 채용비리 실태 조사에서도 심사항목 부적정 등을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점 등이 고려돼 윤리경영 평가는 D를 받았지만, 종합 등급은 A를 받았다. 수자원공사 임직원이 당해 받은 성과급은 499억여원이다. 이 기관은 이듬해 경영평가에서도 종합등급이 B였지만 윤리경영 평가는 D+에 머물렀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취약분야를 중심으로 내외부 고객이 체감하는 청렴성과 창출을 목표로 청렴저해행위자 징계처분 강화 등 청렴향상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내부 청렴도 평가 결과가 전년보다 악화하는 등에 따라 윤리경영 평가는 D+로 낙제점을 받았지만 종합 등급은 A를 받아 그해 33억여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코트라 역시 이듬해 종합등급은 A를 유지했지만 윤리경영 평가는 D+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윤리경영 평가는 D+에 머물렀지만 종합 등급은 B를 받았다. 한국조폐공사는 친인척 부정채용 사실로 징계 요구를 받은 점 등이 반영돼 윤리경영 평가가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임직원은 110억여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갑질, 성 비리 등을 신고할 수 있는 내부익명신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윤리경영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용역업체에 대한 친인척 채용 부정청탁 등의 사실로 징계 요구를 받은 점 등이 반영돼 윤리경영 평가는 D를 받았지만 종합 등급은 C를 받아 가스공사 임직원은 208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심지어 윤리경영이 ‘아주 미흡’ 하다는 평가를 받고도 성과급을 받은 기관도 있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경우 2018년 평가에서 윤리경영 부문에선 최하 등급인 E를 받고도 종합 등급이 C로 이를 웃돌면서 47억여원의 임직원 성과급을 받았다.

“중대 사회책무 위반땐 성과급 미지급·기관 자체 상시평가 필요”

더욱이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윤리경영 부문 평가가 미흡(D) 등급이면서 종합 등급은 이보다 높아 성과급을 받은 기관은 56개로 더 늘어났다. 이들 기관 임직원 전체에게 지급된 경영평가 성과급 규모는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LH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확대되면서 경영평가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공공 기관 경영 평가에서 공공성과 윤리 경영의 비중을 대폭 강화해달라”고 직접 지시했다. 윤리경영 지표에 더해 공공성 관료 지표 등의 배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수행한 한 관계자는 “윤리경영 배점이 최소한 현행 3점에서 5점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며 “배점이 그 정도로 높아지면 평가 지표들 중에서는 상당히 우선순위가 돼 기관들에서 크게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경영 지표에 대한 배점 확대와 함께 중대한 사회적 책무 위반 행위를 한 기관에 대해서는 종합등급에 관계없이 성과급을 박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근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경영평가 단계에서 한번 거르고, 중대한 사회적 책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기관에 대해서는 종합등급에 관계없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어 두번 거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관이 자체적으로 윤리경영에 대해 상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직접 감시가 어려워 도덕적 해이가 상대적으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이라며 “윤리 기준을 정교하게 제도화하는 것과 함께 기관 내 사무적인 평가가 아닌 임직원과 소통을 통해 상시적으로 윤리경영에 대해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경영실적 종합평가 등급이 C등급 이상이면 2019년에 성과급이 지급됐다. 2020년 결산 자료는 공시되지 않아, 최신 자료인 2019년 결산 자료로 성과급 지급 내역을 조사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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