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차기 대통령 정해지면 인사권 행사않는 게 상식"[만났습니다]①

MB 인수위 부위원장 출신…"좌우 교체, 더 미묘해"
文·尹 갈등에 "물러나는 대통령, 욕심부리면 안 돼"
"인사권이 고유 권한? 헌법으로 위임 받은 국민 뜻"
"집무실 용산 이전, `신의 한 수`…돈으로 환산 못해"
  • 등록 2022-03-23 오전 7:00:00

    수정 2022-03-23 오전 7:00:00

[대담=김성곤 부장·정리=이지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신구(新舊) 권력 간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복잡한 상황에 있지만, 좌에서 우로 갈 때는 더 미묘한 게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고 김대중·노무현 진보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을 거쳐 보수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은 시점이었다. 정계 개편 갈등, 인사 편중 논란, 청와대 이전 시도까지 포함해 현재 윤석열 당선인이 처한 환경은 당시와 여러 모로 닮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16일 예정된 첫 오찬 회동이 4시간을 앞두고 전격 무산된 뒤, 여전히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양측 간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김 전 의장은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만남인데 의제 조율이 왜 필요한가”라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욕심을 부리고 집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통령이 결정됐다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보인 `제왕적 발상`을 강하게 성토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건데,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국민 뜻에 반해 마음대로 한다는 건 민주주의 제도에서 지도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서 기본적 협의가 안 되는 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민주주의가 뭔지에 대한 실체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화를 떠든 사람들이 정작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공부가 덜 돼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서도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건 한 마디로 `신의 한 수`”라며 윤 당선인 측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전 비용이 500억원은 든다고 했는데, 청와대 자리는 5조원 가치는 될 것”이라며 “땅값만해도 엄청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선물해 국민의 정신적 품격을 올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자며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이데일리DB)
다음은 김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 구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대통령 혹은 당선인은 훌륭한 참모를 두고 싶어 한다. 자기와 뜻이 안 맞는 사람을 둘 순 없지 않나. 이번에도 상당히 고심했다고 본다. 적재적소에서 잘 골랐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있다.

△여성과 청년 비중이 떨어지는 건 아쉽다. 그러나 능력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능력을 분야별로 고려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리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선거에서도 모든 당이 신인, 청년, 여성들을 선대위원에 깜짝 발굴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검증이 쉽지 않아서다. 그런 여파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점령군 행세’, 국민의힘은 ‘알박기 인사’를 지적하는 등 진영 대결이 되고 있다.

△인수위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하는 얘기가 `점령군 행사하지 말라`는 거다. 여권에서는 1% 안 되는 차이로 ‘모 아니면 도’ 게임이 됐으니 더 아쉬울 것이다. 특히 박 수석의 말은 문 대통령 이름으로 발령장이 나가니 끝까지 인사 관련 영향력을 행사해야겠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이데일리 DB)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두 달 후에 물러날 사람이 앞으로 3~4년 일할 사람을 정하는 건 아주 `난센스`다. 꼭 필요한 인사는 상대가 하는 게 순리다. 마음에 안 드는 건 당신이 대통령 돼서 하라고 하면 되지 않나. 그걸 시비 걸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떨어지는 거다.

-인수인계 시기 인사의 우선권은 당선인에게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제 국가 중 민주주의적으로 가장 잘하는 곳은 미국이다. 우리는 껍데기만 쫓아가고 내용은 가져오지 못했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건 다 말장난이다. 미국은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기존 세력들이 다 물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끝까지 안 물러나려고 난리를 치면서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조 바이든 취임이 결정되며 트럼프 진영 사람들은 스스로 떠났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나.

△과거 인수위 있었을 때 첫 케이스가 경찰청장 임명권이었다. 인사 자료를 다 가진 노무현 정부에서 후보군 명단을 주고 여기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알려달라고 했다. 나도 경찰 조직을 잘 모르니 그 자료를 보고 두 명 정도를 추려 당선인한테 보고했다. 그 중 한 명을 당선인이 정해 내가 결과를 상대에 통보해줬다. 그게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었다. 형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명박 당선인이 한 것이다. 이후 업무가 비서실로 이관돼서도 이런 식으로 협조가 다 됐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도 회동 결렬 원인이었다고 보나.

△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 손으로 사면시키는 정치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이데일리 DB)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청와대 이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첫 번째 사람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조선시대 후궁터에서부터 조선총독부 자리, 이승만부터 역대 지도자들이 영욕을 거듭했던 청와대다. 몇 사람만 간직하던 보물 중 보물의 땅을 돌려준다는 건 국민의 자긍심과 기가 살아나는 일이다. 이에 대해 가치 평가를 안 하고 있다는 게 희한하다.

-용산이라는 위치는 적절한가.

△국방 전문가가 아니라 함부로 말은 못하지만 용산에 군사 시설, 지하 벙커 등이 다 있다고 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게 두 가지 있다. 절차가 너무나 생략됐다는 것과 5월 10일에 용산에서 아예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상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다. 국방부에 첨단 군사 시설이 깔려 있다고 생각했을 때 그걸 두 달 만에 옮기겠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이사 페인트칠만 해도 시간이 걸리지 않나.

-속도 조절을 하자는 뜻인가.

△당선인 사무실에서 집무를 하면서 최소 한 달은 더 있다 가도 된다. 청와대에도 극비 시설이 있을 텐데 시뮬레이션 할 시간도 제대로 없는 것 같다. 안보 공백이 생기면 안 되니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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