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도성장 막내려…국가 주도 정책, 경제 망가뜨릴 것"

[인터뷰]앨버트 카일 교수가 보는 미·중 무역전쟁
"국가 주도의 中 경제, 초고속 성장 끝나"
"경제 영향력 작아진 美, 무역장벽 높여"
"무역분쟁 안 풀려…韓 경제 큰 해 될 것"
  • 등록 2020-01-13 오전 4:00:00

    수정 2020-01-13 오전 7:38:59

앨버트 카일 미국 매릴랜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중국이 초고속 성장을 하는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고 했다. (사진=스톨홀름대 비즈니스스쿨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국이 초고속 성장을 하는 시기는 이제 끝났다.(I think China’s period of most rapid growth is over.)

경제학계에서 손꼽히는 석학인 앨버트 카일(68) 미국 매릴랜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의 미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카일 교수는 ‘거의 2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다소 완화하는 것 같다’는 질의에는 “앞으로 수년간 무역 이슈는 해결방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1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중국, 점점 민족주의적으로 바뀌어”

카일 교수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본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이 갈수록 더 민족주의적(more nationalistic)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도 성장이 정체할 것이란 게 카일 교수의 판단이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민족주의적인 성향은 각 나라간 무역정책의 협력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너무 민족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붇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카일 교수는 “(중국의 이런 국가 주도의 경제는) 자유무역을 위한 세계 차원의 협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정부 입김이 센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상당히 많이 하락할 것”이라며 초고속 성장의 종말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9%로 전년(6.1%) 대비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1990년 이후 30년 만의 최저치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1인당 소득을 계속 따라잡을 테지만 그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중국의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1인당 GNI)은 9580달러로 한국(3만3434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의 1인당 GNI는 6만3638달러다.

카일 교수의 지적한 국가주도 정책은 중국 정부가 자국의 철강, 태양광, 배터리 같은 분야의 국영기업에 주는 보조금 등이다. 산업 보조금은 중국이 국가 주도 경제를 추진할 때 가장 자주 활용하는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이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나라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의미다. 미·중 1단계 합의 서명 후 이어질 2단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것도 이 보조금 문제가 주요 협상 과제여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미국 경제 영향력, 과거보다 작아져”

중국뿐만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무역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카일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힘이 컸을 때는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들이 무역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용인했다.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자금 흐름의 자유화와 세계의 평화 등을 통해 미국이 얻는 이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카일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작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GDP는 20조5802억달러(2018년 기준)로 중국(13조3681억달러)을 한참 앞선 세계 1위다. 하지만 10년 전인 2008년(미국 14조7128억달러-중국 4조6043억달러)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확연히 줄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서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자본 통제(capital controls)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대항해) 미국은 무역 제재(trade sanctions) 카드를 꺼내고 있는 것”이라며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국 성장세 둔화, 한국 경제에 타격”

“이런 흐름으로 인해 세계 무역은 서로 적대시하는 몇몇으로 쪼개질(a world balkanizing into trade blocks)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국제사회로부터 격리된 북한과 이란이 한 블록이 될 수 있다. 아마도 한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 서유럽과 함께 묶일 것이다.”

그는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특화 제품의 무역이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할 텐데,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미국과 중국, 서유럽, 일본, 한국 정도”라며 “중국이 이런 무역 구조에서 배제된다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일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 경제에 큰 해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처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거의 1년 내내 두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20.5%), 6월(-24.6%), 8월(-21.6%), 9월(-21.9%)에는 수출 증가율이 -20%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카일 교수는 “(중국 대신) 미국과 교역은 한국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중 무역의존도를 점차 줄이는 대신 미국, 서유럽 중심 블록과 교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카일 교수는 한국이 일본과의 갈등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족주의 흐름이 강해지다보니 한국과 일본의 불화도 커지고 있다. 이건 두 나라 경제에 역효과를 낼 것입니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조속한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카일 교수는…

앨버트 카일 미국 매릴랜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경제학, 특히 정보재무학 분야의 거두로 불린다. 1985년 세계 최고의 경제학 저널인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에 게재한 ‘연속 경매와 내부자 거래(continuous auction and insider trading)’ 논문을 통해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2018년에는 ‘금융시장 미시구조 불변이론(market microstructure invariance)’ 논문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수여하는 MSRI 상을 받았다. MSRI 상은 최근 10여년 수상자 중 5명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벵트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장 티롤 툴루즈대 교수,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라스 피터 핸슨 시카고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카일 교수는 1952년생으로 미국 데이비슨칼리지 수학과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와 시카고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대(1981~1987년), UC버클리대(1987~1992년), 듀크대(1992~2006년)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2006년부터는 매릴랜드대에 몸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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