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종합시장은 장을 보기 위한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1960~1970년대에 거쳐 제기동 일대에 자연 발생한 청량리종합시장은 서울시 동북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채소류, 과일류, 건어물류, 견과류, 축산물류 등을 구역별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으며 단순 재래시장이 아니라 도·소매 기능을 모두 갖춘 종합시장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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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매출 급증…배송혁신이 전통시장을 바꿨다
“배송이 언제 되나요?”한 과일가게에서 직접 귤 한 박스를 주문했다.
과일가게 사장 성 모씨는 “지금 오후 주문이니 내일 오전에는 갈 겁니다”라며 대뜸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주문해도 내일 가요”라고 말하면서 청량리시장의 온라인몰 ‘청량몰’ 모바일 웹페이지를 보여줬다. 여느 쇼핑몰 모바일 웹 못지 않게 이용자 환경(UI)이 깔끔했다. 견과류, 과일류에 밀키트까지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췄다. 시장에 와서 주문을 해도, 오지 않고 모바일로 주문을 해도 다음 날 상품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시장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온라인 주문이나 배송 활성화가 더뎠던 이유는 바로 물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제까지 주문하면 언제쯤 받아 볼 수 있다는 ‘고객과 약속’이 가능하니 시행 한 달여 만에 온·오프라인 배송 주문이 폭증했다고 성씨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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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에서 약 500여m 떨어진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 이동했다. 청량리종합시장 내 왕산로35길 일대 유휴공간에 들어선 MFC는 이른바 초소형 물류센터로 전용 물류 플랫폼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132㎡(약 40평)의 공간 곳곳에 컴퓨터 4대와 송장 출력기, 별도의 냉동제품 보관 창고가 눈에 띄었다. 배송을 기다리는 박스 더미도 집채만 하게 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물류정책과 이혜주 주무관은 “아까 사장님이 찍은 QR 코드 정보를 이곳에서 확인하면 어느 가게에서 배송을 요청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물류센터 직원이 하루 3~4차례 시장을 돌며 박스를 수거해 이 곳에 모으면 오후 3시, 6시에 택배사가 수거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아침 일찍 상품을 받고 싶을 경우 별도 신청을 통한 ‘새벽배송’도 가능하다.
상인들은 이번 서비스로 그간 비정상이었던 전통시장 물류의 정상화에 기대가 커졌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배송 서비스를 지금 도입 안 한 가게들은 기존 택배사들과 계약 기간이 안 끝나서 그렇지 몇 달만 지나면 이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실제 노량진수산·청량리·암사시장 세 곳의 배송 건수는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MFC 운영사 ‘콜로세움코퍼레이션’에 따르면 11월 2주차 17건에 불과했던 배송 건수는 4주차에 886건, 12월 1주에는 1000건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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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도 지난 연말부터 전국 각지 전통시장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현재 약 200여곳이 참여했으며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통시장의 상품을 전국 어디서나 배송받을 수 있다.
한편 정부와 서울시는 ‘우리시장 빠른 배송’ 서비스를 현재 서울 3곳 외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실증을 통해 이용 실적, 소비자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상지역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