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칼럼]중국인의 체면, 모르면 걸림돌 알면 디딤돌

  • 등록 2016-07-25 오전 6:00:00

    수정 2016-07-25 오전 6:00:00

[류재윤 BDO이현회계법인 고문] 미국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민족마다 보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이같은 민족성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데 중국인들이 특별히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워낙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회의석상에서도 상대방 체면을 고려해 여간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이는 자칫 정보 왜곡이나 정보 비대칭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식 체면 문화의 복잡함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얼마든지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상명하복이 익숙한 한국 기업에서 아랫사람 체면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중국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경우가 잦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일해 본 중국직원들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자주 들었다. “한국회사에서 일하기 힘들다. 한국회사는 직급이 하나만 낮아도 손자 취급하더라”. 여기서 손자 이미지는 ‘뭘하든 귀엽다’가 아니라 소위 군대에서 말하는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까마득한 부하’를 뜻한다.

자이쉬에웨이(翟學偉) 남경대학 교수는 “중국에서는 심리지위(사회적 지위)를 형성하는 것이 자신의 형상을 수립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중국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는 서양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의 고유한 인격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획득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일상 표현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 하태(下台)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본래 ‘무대나 연단에서 내려오다’, ‘퇴진하다’라는 뜻인데 종종 다른 의미로 쓰인다. 바로 ‘곤경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이다. 무대를 잘 내려오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곤경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즉 체면을 잃지 않고 멋지게 내려오는 것을 뜻한다.

체면 관리라는 말이 우리 식 표현에서 너무 통속적으로 들린다면 또는 대의를 중시한다는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아마도 ‘명분을 중시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전기 자동차용 전지사업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전지업계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이같은 사업적 갈등에서도 중국인의 체면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가 다르면 보이는 게 다르다고 했다. 문화가 다르면 가치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인은 주인(做人:사람을 만들다)이 아니라 견인(見人:사람을 보다)을 더욱 중시한다고 한다. ‘내가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보다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인으로부터 “對不起(미안하다)”라는 말을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일단 잘못을 시인하면 앞으로 “이제 이 사람을 무슨 면목으로 대하지”라는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상 ‘의리의 화신’으로 불리는 고대 삼국시대 촉나라 장수 관우(關羽)만큼 존경받는 남자가 있다. 바로 진(秦)나라 장수 항우(項羽)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함)의 영웅 항우는 자신을 따르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자제들 부모들을 볼 면목(체면)이 없다며 권토중래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런 항우는 후대에 ‘살아서는 사람중의 뛰어난 자요, 죽어서도 귀신중의 영웅’이라고 칭송을 받았다.

중국인들과 관계에서 체면은 반드시 고려해줘야 할 품위요 배려이며 최소한의 예의다. 한국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맞다는 주장 일변도보다는 상대방이 체면을 잃지 않고 무대를 내려오게 하는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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