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블랙홀' 美 투자시장…21년만 주식·채권 '동반 랠리'

연일 증시 신고가에 국채시장도 강세
주기 짧은 머니무브 반복에 투자 쏠림
'둔화 국면' 한국은 여전히 채권으로
  • 등록 2020-01-01 오전 3:03:00

    수정 2020-01-01 오전 3:03:00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운 한 해였습니다. (It’s a rather breathtaking year so far in 2019.)”

CLS인베스트먼츠의 마크 프페퍼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최근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돈이 밀려드는 상황을 요약한 말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아지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주식시장은 호황을 맞지만 채권시장은 한산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의 주식·채권 ‘동반 랠리’는 이례적이다. 1998년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월가에서는 무역전쟁 등 미국 주도의 메가톤급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과정에서 주기가 짧은 ‘머니무브’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페퍼 CIO는 “(미국 금융시장은) 아직 갈 길(동반 강세 현상)이 남아 있다”고 했다.

21년만 美 주식·채권 ‘동반 랠리’

미국 금융시장이 전세계 투자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주식값과 채권값이 함께 오르는 월가의 ‘연말 선물’에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나홀로 성장’으로 경제 디커플링(비동조화)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달 31일 이데일리가 지난 1년(2018년 12월31일→2019년 12월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를 살펴보니,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만3327.46에서 2만8462.14로 1년 사이 22.01% 급등했다. 2018년 5.5% 넘게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뜨거운 1년’이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506.85→3221.29)와 나스닥 지수(6635.28→8945.99)도 각각 28.50%, 34.82% 상승했다. 두 지수 역시 2018년만 해도 하락 국면이었다.

특히 뉴욕 증시는 연말에 역대급 신고가 랠리를 벌였다.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이 완화한 데다 미국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인 덕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호황을 구가하자 전세계에서 자금이 몰려들었다. ‘자금 유입→투자가치 상승→자금 유입’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을 보면 19~25일 일주일간 전세계에서 북미 지역으로 유입된 주식펀드 규모는 165억달러에 달했다. 유럽(16억달러), 아시아(-2억달러) 등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펀드 투자 수치는 금융시장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호황을 구가하자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

주목할 건 지난해말 주식값이 급등하는 ‘산타 랠리’와 동시에 채권시장도 강세라는 점이다. 글로벌 채권펀드 자금은 북미로 51주 연속 순유입됐다. 2019년에만 3225억달러 유입됐으며, 최근(19~25일)에도 93억달러가 북미의 채권시장으로 들어왔다.

특히 최근 증시 신고가에도 미국 국채가격은 상승(국채금리 하락)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1.8815%에 마감했다. 1년 전 2.7% 안팎에서 0.9%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이다. 연말 산타 랠리(증시 강세) 와중에 안정적인 채권으로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이같은 동반 랠리를 두고 “한해 주식값이 최소 20% 이상 상승하고 국채금리가 이 정도로 하락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경제는 무역전쟁 유탄에 비틀

미국의 나홀로 성장에 한국과 디커플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 1년간(2018년 12월28일→2019년 12월30일) 코스피 지수는 7.67% 상승했다. 미국 증시보다 상승률이 현저히 낮다. 게다가 코스닥 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 그보다 안전한 채권 쪽으로 투자 흐름이 쏠려 있는 기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683%(30일 기준)으로 미국보다 0.2%포인트 가까이 낮다(채권가격 상승).

금융시장에서는 디커플링의 기저에는 경기 전망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1~9월 중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9.8%로 전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중 가장 낮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발목이 잡힌 영향이 크다. 아울러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공통되게 겪고 있는 성장 정체도 한몫을 했다. 지난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친 것도 산업 생산이 위축됐던 탓이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고도로 통합돼 있어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다”며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도 커 대외 악제에 취약한 경제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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