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영국은 경기침체 진입이 확실시되던 시기였다. 영란은행(BOE)이 글로벌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소식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AC/DC의 앨범 ‘Black Ice’가 28년 만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바로 이 때였다.
1980년 AC/DC가 내놓은 앨범 ‘Back in Black’이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때도 영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였다. 물가상승률이 20%에 달했고, 실업자 수는 200만명에 육박했다.
영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AC/DC 앨범 판매는 감소했다. 1985년 앨범 ‘Fly on the Wall’은 100만장 팔리는 데 그쳤다. 여전히 많은 규모이긴 하지만 ‘Back in Black’이 3000만장 판매고를 올린 것에 비하면 시원치 않은 성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더 가디언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무엇인가 복잡하지 않고 의존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며 “록 음악에서 AC/DC처럼 복잡하지 않고 의존할 수 있는 밴드는 없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 예로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 패션 유행과 상관없이 수십년 동안 언제나 ‘버릇없는 학생’처럼 옷을 입는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컬리스트의 사망과 교체에도 불구하고,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록 음악 스타일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 가디언은 영국 경제를 예로 들었지만, 글로벌 경제로 시야를 넓혀도 AC/DC의 앨범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는 성립된다. 1980년에는 미국 경제 역시 침체를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까지 덮쳤다.
때마침 AC/DC가 올해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AC/DC는 2016년 4월 보컬리스트 브라이언 존슨의 탈퇴 이후 건스 앤 로지스 출신의 액슬 로즈를 새 멤버로 영입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2019년 말 존슨을 다시 불러들여 앨범을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C/DC의 새 앨범이 또 다시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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