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말고 출세’ 외친 30대女의 딜레마

'30대 여성 경활참가율 상승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
지난해 기준 無자녀 78.7%…有자녀 54.5% 그쳐
30~34세, 35~39세보다 '자녀 유무' 영향 더 커
"저출산 기인 현상…일·가정 양립 정책 지원해야"
  • 등록 2023-10-31 오전 5:00:00

    수정 2023-10-31 오전 9:28:58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여성 A(31)씨에게 결혼과 출산은 아직 먼 얘기다. 언젠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회사에 자리잡고 경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A씨는 “30대가 된 뒤부터는 명절에 만난 친척들로부터 결혼 압박을 받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나 비슷한 연령대 직장 동료들 중에 싱글이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결혼 8년 차인 직장인 여성 B(37)씨의 최대 관심사는 출산이 아닌 ‘출세’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B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승진도 밀리고 아이도 신경을 못 썼다며 퇴사한 여자 선배들을 여럿 봤다”면서 “회사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데, 임신과 출산을 한다면 승진은 물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하는 無자녀 30대 여성 78.7%…有자녀 54.5% 그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근 3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빠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이들처럼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 갖는 시기를 미루는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자녀가 없는 경우 78.7%인 반면, 자녀가 있는 경우 5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M자 곡선’ 형태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상승했다가 출산·육아로 하락하고,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면서 다시 상승했다가 은퇴하면서 최종 하락하는 형태다. 30대는 M자 곡선의 첫 하락 구간으로, 중앙부 저점에 도달하는 연령은 △2012년 34세 △2017년 36세 △2022년 38세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30대 여성은 출산과 육아의 영향으로 경제활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집단이지만,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40~64세 여성을 앞질렀고, 30대 남성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여성을 △1988~92년 출생 세대(30~34세) △1983~1987년 출생 세대(35~39세)로 나눠 보면 이런 현상은 최근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1983~1987년 출생 세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6.2%인 반면, 1988~1992년 출생 세대는 75%로 8.8%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두 세대를 비교하면 기혼 비중은 65.3%에서 52%로, 자녀가 있는 비율도 46.9%에서 32.3%로 각각 낮아졌다. 특히 자녀가 2명 이상인 비중은 22.9%에서 13.6%으로 급감했다. 반면 미혼 비중은 34.7%에서 48.0%로 급증했고,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 비율은 18.4%에서 19.7%로 높아졌다.

김 총괄은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 30~3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1차적 요인”이라며 “특히 다자녀(2명 이상) 여성의 비중이 감소한 것이 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에 크게 기여했는데, 여전히 자녀양육 부담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저출산 기인 현상…일·가정 양립 정책 지원해야”

이같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는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보고서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인구구조에 따른 공급 둔화를 완화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에서 기인하는 현상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0.78명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적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올해는 이 보다도 낮아져 0.6명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별 출생아 수는 최근 5개월째 1만명대로 쪼그라드는 등 올해 출생아 수는 작년보다 더 적다.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등 해외 주요기관들은 저출산·고령화가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총괄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 출산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전반적으로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함께 상승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이를 통해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가족 형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20~24세 46.9% △25~29세 74.3%로, 미국(71.0%·82.7%), 일본(74.6%·91.0%) 등 주요국 대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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