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의 취지를 지적한 내용이다. 쉽게 말하자면, 권력자든 평범한 시민이든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잣대는 공정해야 하고, 만일 그 잣대가 불공정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경고다.
“헌법 정신에 따라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곧바로 내놓은 입장문의 서두다. 그러나 노의원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꺼내 들어 국회가 헌법 정신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노의원은 현재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재작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박모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원의 뇌물·불법 정치 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노의원 집 장롱에서 발견된 3억원이 넘는 현금다발 중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돈다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의원은 이에 대해 후원금과 조의금을 모아둔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한국은행 띠지’로 묶어서 조의금을 전달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의원은 검찰수사가 야당 탄압 공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당당히 법정에 서서 판사에게 소명하면 됐다. 노의원의 소명이 인정돼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이 실현될 뿐 아니라 검찰수사는 역풍을 맞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노의원은 본회의 표결 한참 전부터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읍소했다고 알려졌다.
집안에서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됐고 , 이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음에도 노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자유롭게 국민의 대표 자격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을 왜곡한 자에게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을까. 불체포특권에 사망선고를 내릴 시점이 다가왔다.